[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법인 설립 이후 36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편의점 업계 경쟁이 심해진 데다 한국미니스톱 인수 이후 비용 부담이 지속하면서 결국 인력 구조 개선에 나섰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은 이날 오전 사내 게시판에 만 45세 이상 사원 또는 현 직급 10년 이상 재직 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1988년 법인이 만들어진 이래 첫 희망퇴직이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18개월치 급여와 취업 지원금, 자녀 학자금 등을 제공 받는다. 신청 기한은 다음달 4일까지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해왔으며, 이번 희망퇴직도 그 일환으로 인력 구조 효율화를 진행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세븐일레븐은 편의점 업계 경쟁이 심화한 데다 국내 점포도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실적이 부진해졌다. 코리아세븐은 2022년 영업손실 4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으며 지난해 551억원으로 영업손실 폭이 더 커졌다.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손실 441억원을 적자 지속했을 뿐 아니라 매출액이 2조 66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했다.
| 개별 기준, 단위=억원, 자료=코리아세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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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세븐은 지난 2022년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하며 외형은 커졌지만 인수가격배분 등 비용 부담이 커졌다. 지난 3월엔 롯데씨브이에스711(옛 한국미니스톱)을 흡수 합병하고 통합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비용 부담은 계속됐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말 부채비율이 427.2%로 1년 전보다 150%포인트 상승했고, 차입금 의존도도 같은 기간 41.8%에서 47.6%로 올랐다. 회사채 등급도 ‘A+’에서 ‘A’로 하향됐다.
2년째 이어진 적자에 비용 부담도 커지자 코리아세븐은 지난해부터 미니스톱 점포의 브랜드를 전환하고 수익이 낮은 점포를 폐점하는 등 효율화에 팔을 걷었다. 점포 수는 2022년 말 1만 4265개에서 지난 4월 말 1만 2844개로 줄었다. 코리아세븐은 현금인출기(ATM) 사업부(옛 롯데피에스넷)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희망퇴직을 실시한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는 세븐일레븐까지 올해 들어 세 번째다. 지난 6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 지난 8월 롯데면세점이 각각 희망퇴직을 신청 받았다. 이들 모두 업황이 나빠지면서 수년째 실적이 부진했던 계열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