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만에 최고치 찍은 美증시, 더 오를까

S&P 500, 종가 기준 작년 8월 이후 최고치
기술주 중심 랠리에 "AI 모멘텀 지속" vs "하락 전조"
다음주 美 소비자물가·금리결정 등에 촉각
  • 등록 2023-06-07 오후 3:00:03

    수정 2023-06-07 오후 7:37:56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새로운 상승장의 시작인가, 불안한 반등인가. 경기 우려 속에서도 미국 증시 대표 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향후 시장 흐름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거시 경제 환경이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은데다 최근 시장의 오름세가 일부 기술주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관련주 강세 모멘텀이 시장 전체로 확대될 것이라고 봤고, 다른 한편에서는 특정 분야에 국한된 급등이 하락장의 전조라는 분석을 내놨다.

최근 1년간 S&P 500 지수 추이. (자료= S&P 글로벌)


S&P 500, 작년 8월 이후 최고치…기술주가 견인

6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벤치마크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날보다 0.24% 오른 4,283.85로 마감하며, 종가 기준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P 500이 올해 들어 약 12%, 지난해 10월 최저치보다는 20%가량 각각 상승했다며, “새로운 강세장에 진입할 준비를 거의 마쳤다”고 평가했다.

최근 주식 시장의 강세 배경으로는 △메가캡(초대형주)의 상승 △예상보다 양호한 기업 실적 △금리 인상 종료에 대한 기대감 등이 꼽혔다. 사상 초유의 미국 연방정부 디폴트(채무 불이행) 발생 우려를 키웠던 백악관과 공화당 간 부채 한도 상향 협상안이 이달 초 최종 타결된 점도 증시에는 호재다.

씨티그룹의 계량적 분석(퀀트) 스트래지스트들은 인공지능(AI) 돌풍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중단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기술주가 더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들은 AI 관련주 등에 대해 “다음 달에도 역풍보다는 순풍이 불 것으로 보여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며 “투자 심리가 더 개선되면 주가는 더 크게 반등할 것”이라고 봤다.

잭 애블린 크레셋 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자들이 조금씩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며, “(시가총액) 상위 7개 종목 정도에 집중했던 시장의 편협함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S&P500 내 은행업종은 1.33% 상승했고, 지역은행 실적을 추종하는 KBW 나스닥 지역은행 지수는 5.41% 급등했다.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 지수도 2.69% 오르며 일간 상승폭 기준 올해 두 번째로 크게 올랐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 AFP)


“거대 기술주만 올라” “시장 쏠림 경계해야”

그러나 최근 시장 상승이 일부 기술주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높다. 얼마나 많은 종목이 함께 올랐는지를 보여주는 시장 폭(market breadth) 지표가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마 샤 프린서플 애셋 매니지먼트 수석 글로벌전략가 WSJ에 “S&P 500 지수를 보면 시장이 정말 좋고 그 움직임은 강력하며 이익 증대가 완전한 회복 분위기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 “이는 수면 아래 움직임을 아주 잘못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 우위 현상은 지난 몇 년간 주기적으로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편중 현상이 더 심해졌다. 미국에서 가장 큰 대형 기술·성장주 8개 기업의 시총 점유율은 연초 22%에서 30%로 증가했다. 알파벳,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넷플릭스, 테슬라, 엔비디아 등이다.

다른 지표들도 시장 쏠림 현상이 얼마나 심한지를 보여준다. 기술적 분석에서 장기 추세선 역할을 하는 200일 이동평균선 위에서 마감한 S&P 500 주식 비중은 지난주에 38%까지 떨어졌다. 1991년 이후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이 비중이 48% 미만인 경우 월간 및 연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경향이 있었다.

WSJ은 “시장은 일반적으로 더 많은 주식이 함께 상승할 때 더 건강한 것으로 간주된다”며 “역사적으로도 광범위한 랠리(상승세)가 더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전략가들은 기술 부문이 갑자기 주춤하거나 인기가 떨어지면 소수의 스타 주식의 주식 시장의 하락의 가파른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2020년 9월에 기술주들이 갑자기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3주 사이 S&P 500 지수가 거의 10% 하락했다.

한편, 시장 참가자들은 오는 13일 발표될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14일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CME 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선물시장에서는 연준이 다음 달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80% 정도로 보고 있다. 향후 통화 정책의 방향성은 물론 1년여간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의 지연된 영향 등에 대해서도 분석할 시간이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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