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중국 배터리 회사들이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유럽 시장을 겨냥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 전기차용 리튬 배터리.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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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독일 메트카토르중국학연구소(메릭스) 보고서를 인용해 2018~2022년 유럽에 대한 중국 배터리 회사의 투자액이 175억달러(약 23조2000억원)에 이른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같은 기간 유럽에 대한 중국의 총 투자액은 609억유로(약 88조6000억원)로, 4분의 1가량이 배터리 분야에 투입되고 있다.
특히 CATL은 지난해 헝가리에 유럽 최대 배터리 공장을 짓는 데 76억유로(약 11조1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다른 중국 배터리 회사 에스볼트도 20억유로(약 2조9100억원)를 들여 독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중국 배터리 회사가 유럽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는 이유는 유럽의 전기차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280만대였던 유럽의 연간 전기차 판매량이 2030년 1060만~116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은 탄소 감축을 위해 2035년부터 내연차 신규 판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그전까지 전기차 비중을 확대해야 하기 때문에 배터리 수요도 늘 수밖에 없다.
정치적으로도 유럽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국 배터리 기업에 우호적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중국 회사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를 세액 공제 대상에서 배제하는 등 견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마땅한 배터리 회사가 없는 유럽은 중국 회사 투자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의 대 유럽 투자는 전반적으로 줄고 있다. 유럽에 대한 중국의 전체 투자액이 2018년 197억유로(약 28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79억유로(11조5000억원)으로 줄었다. 이는 10년 만에 최소치다. 글로벌 경기 위축과 중국 정부의 자본 통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메릭스 연구진은 중국의 러시아 지원과 대만 문제 등을 들며 “EU와 중국 간 정치적 관계가 속히 악화할 수 있으며 이는 투자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EU과 각국 정부가 민감한 기술이나 인프라 시설을 보유한 유럽 기업에 대한 중국의 인수·투자를 제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