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SM 인수전 우위 선점… 카카오의 선택은?

[이데일리 윤기백 기자] 하이브(352820)가 에스엠엔터테인먼트(041510)(이하 SM) 인수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법원이 카카오(035720) 상대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이하 이수만)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김유성 수석부장판사)는 3일 오후 이수만이 SM을 상대로 낸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결정문을 통해 “이 사안들을 종합해 보면 긴급한 자금 조달과 사업 확장, 전략적 제휴 등 채무자(SM)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채무자가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 등을 배제하고 카카오에 이 사건 신주 및 전환사채를 배정·발행할 필요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 사건 신주 및 전환사채로 인해 기존 주주가 회사에 대해 가지는 지분에 따른 비례적 이익이 침해되거나 지배력 약화 등 불이익을 받을 염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이수만을 대리한 법무법인 화우도 “법원이 지극히 정당한 판단을 내렸다”며 “오늘 법원의 결정을 통해 SM 현 경영진의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결정이 회사의 지배권에 영향을 미치려는 위법한 시도였음이 명확히 확인됐다”며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환영했다.

이로써 카카오는 SM 지분 9.05% 취득이 불발됐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가 지분 9.05%를 확보한 뒤 하이브보다 높은 가격에 공개매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지만, 지분 확보에 실패하면서 해당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반면 하이브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SM 주가가 12만원대를 넘어서면서 공개매수에 차질을 빚었던 하이브는 카카오가 지분 확보에 성공할 경우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하지만 가처분이 인용되면서 하이브는 SM 1대 주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하게 됐다. 하이브는 현재 보유 중인 SM 지분 14.8%에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에게 풋옵션이 걸린 지분 3.65%, 갤럭시아에스엠(011420)으로부터 사들인 지분 0.98%까지 합하면 약 19.43%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에 더해 공개매수로 사들인 지분을 합하면 최소 2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관측된다.

하이브 측은 “SM의 최대주주로서 이번 재판부의 가처분 인용 결정을 존중한다”고 입장을 냈다. 이어 “이번 결정을 통해 SM의 현 경영진이 회사의 지배권에 영향을 미치려는 위법한 시도가 명확히 저지되고, 이제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아가게 될 것”이라며 “당사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SM이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고 주주 및 구성원, 아티스트의 권익을 최우선시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분 확보는 실패했지만 카카오가 막강한 실탄을 앞세워 SM 인수전에 계속 뛰어들지도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으로부터 유치한 투자금 1조2000억원 가운데 1차 납입금인 8975억원이 지난달 24일 입금됐다. 카카오엔터는 1차 투자금 가운데 4500억원을 타법인 출자 용도로 쓸 계획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내부 논의를 거쳐 입장을 정리해 밝히겠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