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인수 고팍스, 대표이사 다시 한국인으로 바뀐다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 오는 19일 이사회 개최
이중훈 신임 대표이사 선임 안건 상정
창업자 이준행 대표가 영입한 인물
바이낸스에서도 신임 두터워
  • 등록 2023-06-13 오후 5:05:33

    수정 2023-06-13 오후 7:30:10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바이낸스에 인수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가 대표이사를 다시 한국인으로 교체한다. 신임 대표이사에는 이중훈 고팍스 부대표가 내정됐다. 이는 고팍스가 제출한 ‘사업자 변경신고’ 심사가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라 주목된다. 바이낸스 인수 후에도 한국 시장은 로컬팀이 리더십을 가지고 운영할 것이라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금융당국의 신뢰를 얻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13일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는 오는 19일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를 레온 싱 풍 바이낸스 아태지역 총괄에서 이중훈 고팍스 부대표로 변경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풍 총괄은 바이낸스가 고팍스와 지분인수 계약을 체결한 지난 2월 2일,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로써 4개월 만에 대표이사가 다시 한국인으로 교체되는 것이다.

이중훈 고팍스 부대표(사진=고팍스 제공)


신임 대표이사에 내정된 이중훈 부대표는 고팍스 창업자 이준행 대표가 작년 초 영입한 인물이다. 홍콩 골드만삭스를 거쳐 메리츠증권 파생상품 본부장을 역임한 금융 전문가다. 이 부대표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는데, 이때부터 이 대표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 대표는 하버드 역사학를 졸업했다.

이 부대표는 바이낸스와 고팍스 간 거래가 성사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바이낸스에서도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개최에 맞춰 한국을 방문하는 리차드 탱 바이낸스 지역 시장 총괄(Head of Regional Markets)이 이번 대표이사 변경을 결정했다고 한다. 그는 싱가포르 금융청(MSA)에서 13년간 근무한 규제 전문가로, 2021년 바이낸스에 합류했고, 현재는 바이낸스가 진출한 로컬 시장을 모두 총괄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자오창펑을 이을 바이낸스 차기 CEO 후보로도 거론된다. 고팍스 대표이사 변경 사안을 잘 알고 있는 업계 관계자는 “리차드 탱이 이달 한국에 와서 한국 로컬팀이 규제를 준수하면서 자율적으로 사업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대표이사 교체는 금융당국의 신뢰를 얻으려는 조치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신고 수리로 사실상 바이낸스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게 되는 만큼, 신중한 모습이다. 고팍스가 지난 3월 6일 변경신고를 제출했는데, 담당기관인 금융정보분석원(FIU)은 3개월이 넘은 현재까지 신고 수리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변경신고 접수 후 45일 이내인 지난 4월 19일까지 심사결과를 통지했어야 하는데, 서류 보완을 요청해 심사 기간을 연장시킨 상태다.

이제, 바이낸스와 고팍스 입장에선 대표이사를 한국인으로 변경하는 것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로 보인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바이낸스를 증권법 위반으로 기소하면서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아졌다. 국내 금융당국도 SEC 기소장에 적힌 혐의를 검토하고 위험이 국내 전이될 부분은 없는지도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미국 SEC 기소로 바이낸스에 대한 금융당국의 의구심은 더 커졌을 것”이라며 “신임대표가 바이낸스의 해명을 전달하고 한국에서 규제 준수를 확약하는 등 소방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전북은행이 실시한 고팍스 위험평가 결과 보고서는 금융 당국에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팍스에 실명계좌를 제공하는 전북은행은 바이낸스 인수로 최대주주와 등기이사가 변경된 고팍스에 대해 지난달 중순께 위험평가를 재실시했다. 거래소에 대한 은행의 위험평가는 원래 1년 단위로 실시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9개월 만에 이뤄져, 신고 심사에 반영하기 위하기 위해 진행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금융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 지시로 전북은행이 위험평가를 실시했는데, 금감원에서 결과보고서는 제출하라고 요구하지 않으니 은행도 먼저 나서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위험평가 결과가 신고수리 여부에 결정적인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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