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0년 단물 빨다 3개월만에 상품 없애는 카드사

  • 등록 2016-08-08 오후 2:30:24

    수정 2016-08-08 오후 2:43:48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10년간 단물 다 빨아먹다 그만 뱉겠다는 거다”

최근 카드사들이 사고가 나면 카드미결제금액을 면제해주거나 유예해주는 채무면제·유예상품(DCDS)의 신규 판매를 중단키로 한 속사정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신한·현대·삼성 등 대형 카드사들이 이달부터 채무면제·유예상품의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하나·BC카드는 이미 지난달부터 판매를 접었고,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도 곧 중단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이런 결정이 바로 금융당국이 이 상품의 불완전판매 논란이 커지자 관리감독 강화를 지시한 지 3개월도 채 안 돼 나왔다는 점이다. 이 상품은 2005년 삼성카드가 최초로 판매했다. 10년이나 잘 팔아오던 상품을 금감원이 지난 5월17일 “제대로 상품을 팔아라”고 지시한지 3개월만에 “그럼 안 팔겠다”고 절판 선언을 하고 있단 얘기다.

이유가 궁금해진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상담원(TM) 관리를 철저히 하게 되고 상담시간도 길어지면서 관리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무면제·유예상품은 카드회원에게서 수수료(카드이용금액 0.35%수준)를 받고 회원의 사망, 입원시 카드이용금액중 미결제금액을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상품이다. 카드사 부가상품이라 텔레마케팅(TM)만을 통해 전량 판매된다. 다시말해 금감원 지시에 따라 상담원이 상품의 보상범위와 유료 상품 사실 등을 꼼꼼히 설명하려다 보니 시간, 비용이 많이 들어 감당이 안 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지금껏 상품을 어떻게 팔아왔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최근 5년만(2011~2015년)따져도 채무면제·유예상품판매를 통해 7개 카드사는 9034억원(판매비용 제외)을 벌었다. 1조원 가까이 재미를 보다 TM 관리 비용이 증가한다며 수개월만에 상품을 폐기한다면 정작 이 상품이 필요한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또 그간 얼마나 카드사가 ‘제 멋대로’ 상품을 팔았는지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다. 이제 카드사가 불완전판매를 통해 단물(수익)을 빨아먹다 껌(상품)을 버리는 행태는 그만둬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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