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사는 주부 맹모(42)씨는 얼마 전 중학생 두 딸의 교육을 위해 강남권에 아파트 전세를 얻으려 발품을 팔았으나 결국 포기했다. 전셋값이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오른 데다 그나마 전세 물건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아파트 전셋값이 연초부터 초강세다. 특히 서울 강남권과 목동 등 학군 수요가 많은 지역의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전세 물건이 거의 없다보니 ‘부르는 게 값’일 정도다.
16일 부동산114와 해당 지역 부동산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서울 잠원동 신반포2차 전용면적 137㎡는 전셋값이 한달 새 1억원 올랐다. 같은 크기의 인근 신반포4차도 지난달 중순 7억원 초반에서 지금은 8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서초구 반포동 일대에서는 재건축 단지들의 이주가 본격화하면서 아파트 전세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서초구를 비롯한 강남권에서는 올해 재건축아파트 1만5000여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이주할 예정이어서 전세 품귀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새 학기를 앞둔 학군 수요도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양천구 목동의 경우 중대형 아파트 전셋값이 한달 새 5000만원씩 올랐다. 목동3단지 전용 153㎡는 지난달 6억5000만원에서 현재 7억원으로 올라섰다.
강남구 대치동도 마찬가지다. 이 동네 대치 선경1차 전용 147㎡ 전셋값은 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6000만~7000만원 뛰었다. 인근 대치아이파크 전용147㎡도 12억원에서 지금은 12억5000만원을 호가한다. 잠원동 씨티공인 관계자는 “중소형은 집값과 전셋값 차이가 크지 않아 전세에서 매매로 돌아서거나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지만, 중대형은 가격 차이가 많이 나 집을 사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로 부동산114 통계를 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65%를 넘어섰지만 전용 85㎡ 초과 중대형은 58.4%에 그치고 있다. 특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중대형 아파트는 전세가율이 52.7%에 불과하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중대형아파트는 세제 혜택이 거의 없고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심리도 크지 않아 전세 수요자가 매매로 돌아서려는 경향이 적다”며 “전세보증금은 세입자들의 전 자산이어서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면 자칫 ‘렌트푸어’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