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국내외 인수합병(M&A) 시장에 인프라·에너지 분야 매물이 쌓이고 있다. 고금리에 투자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조(兆) 단위 몸값의 매물이 꾸준히 나오면서 거래 흥행도 이어지고 있다. 인프라·에너지 섹터는 경기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 창출이 가능한데다 정책 호재도 지속되고 있어 과거 플랫폼 기업 이상의 ‘러브콜’이 이어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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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2위 산업가스 제조업체 에어프로덕츠코리아가 매물로 나왔다. 모회사 에어프로덕츠인터내셔널은 에어프로덕츠코리아 지분 100%를 매각하기 위해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의 예상 매각가는 5조원 이상으로 점쳐진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328억원으로, 최근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EBITDA 약 600억원)가 20배 이상의 몸값을 인정받아 1조 3000억원에 매각가를 결정해서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가 5조원에 거래될 경우 올해는 물론 2021년 이후 M&A 시장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할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에너지 분야 딜은 올해 들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 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에 1조 3000억원에 최종 거래 마무리를 앞두고 있고, 국내 1위 폐기물처리회사 에코비트도 국내외 사모펀드 4곳이 본입찰에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에코비트 몸값은 최대 3조원 수준으로 거론되고 있다. 맥쿼리PE가 보유 중인 DIG에어가스(옛 대성산업가스)도 잠재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해외 사모펀드의 수요도 꾸준하다. 캐나다 브룩필드자산운용과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은 프랑스 신재생에너지 기업 네오엔을 61억유로(약 9조 1000억원)에 인수했다. 해당 딜은 올해 유럽에서 이뤄진 가장 큰 규모의 거래로 기록됐다. 인수 측은 올해 4분기까지 반독점 및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 해당 딜을 최종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또 미국 최대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독일 재생에너지 기업 엔카비스를 28억유로(4조 2000억원)에 품었다. EQT파트너스는 국내 최대 재활용 플랫폼 기업 KJ환경을 1조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최근 체결했다. 지난해 세계 최대 운용사 블랙록은 국내 산업용 가스 제조사 에어퍼스트 지분 30%에 1조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에너지·인프라 기업은 안정적 수익 구조와 성장성을 동시에 갖춘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일PwC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석유·가스 투자 금액은 전년 동기대비 5% 증가했다. 신재생에너지(수소·태양광·풍력 등)는 물론 산업용 가스, 폐기물 처리기업 등에 크로스보더 딜(국경을 넘는 거래)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인프라성 매물 수요가 꾸준히 커지고 있었는데, 올해 들어서 안정적인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는 것 같다”며 “조단위 매물이 계속 나오고 있어서 드라이파우더(미소진자금)가 풍부한 사모펀드 위주로 투자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