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반도체 설계의 핵심기술을 보유해 ‘팹리스(반도체 설계)의 팹리스’로 불리는 ARM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칩 설계 특허료(로열티)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반도체 설계회사 ARM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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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는 경영진과 전직 직원들을 인용해 ARM이 최근 자사 고객 등에 로열티(특허 수수료) 변경 방침을 전했다고 전했다. 기존에는 ARM의 설계에 따라 만들어진 반도체칩 가격에 1~2%의 로열티를 받았다면, 앞으로는 칩이 들어간 모바일기기 기준 평균판매가격(ASP) 기준으로 로열티를 받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정책변경에 대해 고객사인 미디어텍, UNISOC, 퀄컴 등 팹리스업체 외 샤오미, 오포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은 인지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를테면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평균 가격은 퀄컴은 약40달러, 미디어텍은 17달러 수준이다. ARM은 여기에 1~2% 수준의 로열티를 받았다. 지난해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은 335달러인데 정책변경으로 0.015%(3.85달러)의 로열티만 받아도 과거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소식통은 “기기당 1~2%의 로열티를 받진 않겠지만, ARM이 전체적으로 수익을 크게 올릴 수 있는 방식으로 새로운 가격을 책정할 것”이라고 했다.
ARM의 모회사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올해 미국시장에서 ARM 상장을 앞두고 ARM의 가치를 올려 투자자를 끌어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만약 로열티 기준을 바꿀 경우 ARM의 매출은 몇배이상 올라가고 상장 가능성을 높이면서 그만큼 투자금을 보다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같은 행보는 최근 ARM이 로열티와 관련해 법적소송을 다퉜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ARM은 퀄컴과 자회사 누비아를 상대로 라이선스 침해 소송을 지난해 8월 미국 델라웨어 주 법원에 제기했다. 퀄컴이 누비아를 인수했지만, ARM 승인 없이는 누비아 라이선스를 사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ARM이 자사의 시장지배력을 과시해 로열티 비용을 인상하기 위한 초석이라고 해석했다.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반도체 기본 설계도인 ‘아키텍처(프로세서 작동법)’을 만들어 삼성전자를 비롯해 애플, 퀄컴, 화웨이, 미디어텍 등 세계 1000여개 반도체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현재 AP 중 90% 이상이 ARM 설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독점기업인 만큼 ARM이 가격인상에 나서면 고객사들도 어쩔 수없이 로열티를 인상할 수밖에 없고, 칩 가격도 그만큼 오를 수밖에 없다.
다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퀄컴 등이 ARM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오픈소스 기반의 RISC-V기반 칩설계에 나서고 있는 게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ARM이 로열티 가격을 올릴수록 팹리스는 ARM의 아키텍처 대신 RISC-V를 선택하고, 결국 오픈소스 생태계를 확대하면서 ARM의 존재감이 더욱 작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