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큐텐이 무리한 인수·합병(M&A)을 위해 국내 자회사들의 자본까지 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큐텐의 국내 IT 자회사인 큐텐테크놀로지(옛 지오시스)가 사실상 재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오면서 자금 돌려막기 중심축이 됐다는 분석이다.
|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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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큐텐테크놀로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큐텐테크놀로지의 특수관계자인 큐텐,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에 대한 매출액은 총 557억8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207억6600만원)과 비교했을 때 두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억4780억원에서 89억6990억원으로 급증했다. 큐텐이 지난 2022년 티몬을, 2023년 위메프와 인터파크커머스를 연달아 인수하면서다.
이어 올해 큐텐은 AK몰과 미국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까지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무리하게 자회사들의 자금을 끌어모은 정황이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큐텐테크놀로지의 단기차입금 규모는 220억560만원, 장기차입금 규모는 215억원으로 나타났다. 주된 차입처는 자회사가 주를 이뤘다. 또 큐텐테크놀로지가 다시 종속회사와 특수관계자에 자금을 대여해 주는 등 돌려막기로 회사 운영을 이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단기차입금의 경우 큐텐으로부터 연 이자율 3~5%로 175억4570만원, 티몬에서 연 3.6%로 20억원의 단기차입을 실시했다. 단기차입금은 차입일 기준으로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을 말한다. 또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캐피탈에서는 연 15%로 20억원을, 큐텐의 우선주 1대 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메티스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는 이율 5%로 4억5990만원을 차입했다. 특히 구영배 큐텐 회장이 직접 연 5% 이율로 5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금을 제공했었으나, 지난해 상환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차입금에서는 인터파크커머스로부터 연 4.6%로 215억원을 끌어왔다. 문제는 티몬과 위메프처럼 인터파크커머스의 재무구조도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인터파크커머스의 자본은 159억원에 불과하지만, 부채는 993억원에 달한다.
이어 큐텐테크놀로지는 또다시 종속회사인 큐브네트워크에 95억9313만원, 특수관계자인 큐텐코리아에 102억3500만원 등 총 205억9757만원 가량의 대여금을 제공한 것으로 집계됐다.
큐텐테크놀로지는 큐텐 플랫폼의 개발과 운영을 담당하는 IT 자회사다. 또 실제로 큐텐테크놀로지 소속 직원이 티몬과 위메프 등 큐텐그룹 재무팀까지 겸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큐텐테크놀로지를 중심으로 위메프와 티몬 등 자회사의 자금줄을 틀어쥐고 기업을 운영해 온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11번가 인수를 두고 인수 협상이 결렬된 이유도 큐텐의 자금이 말라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