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영국판 지오영인 의약품도매업체 ‘AAH파마슈티컬즈’가 현지 인수·합병(M&A)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유럽 구조조정 전문 운용사의 손에 넘어간지 불과 2년 만에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면서 1조원이 훌쩍 넘는 몸값으로 등장해 시장 이목을 제대로 끄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AAH파마슈티컬즈의 탄탄한 시장 지위에 관심을 드러내고는 있으나, 영국의 경기 상황과 AAH파마슈티컬즈의 기업가치 등을 골고루 고려할 때 매각 측과 원매자간 밸류에이션(기업가치) 관련 이견을 좁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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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현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AAH파마슈티컬즈 최대주주인 독일 아우렐리어스그룹은 최근 AAH파마 매각을 위해 BNP파리바를 매각자문으로 선임했다. 유럽의 구조조정 전문 사모펀드운용사이기도 한 아우렐리어스그룹은 이달 안으로 다수 원매자로부터 인수제안서를 제출받고 연내 매각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AAH파마슈티컬즈는 영국 전역의 1만4000여개 약국 및 병의원 등에 1000만개 이상의 의약품을 공급하는 의약품도매업체다. 독일 아우렐리어스그룹은 지난 2022년 두 개의 펀드를 통해 글로벌 의약품유통사 맥케슨의 영국 사업부를 4억7700만파운드에 인수하면서 맥케슨UK가 들고 있던 영국 약국체인인 로이즈파머시와 영국 헬스&뷰티 기업 존벨앤크로이든, 영국 의약품유통사 AAH파마슈티컬즈의 주요지분을 자연스럽게 품었다.
아우렐리어스그룹은 맥케슨UK 인수 직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일부 체인 및 브랜드를 과감하게 정리했다. 예컨대 회사는 영국 주요 슈퍼마트에 입점해있던 약국인 로이즈파머시를 대부분 철수시키며 분할 매각에 나섰다. 영국에서 온라인으로 의약품을 구매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해 오프라인 체인점 수를 대폭 줄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아우렐리어스그룹은 대신 의약품을 영국 전역에 나르는 도매업체의 경쟁력을 갈수록 늘어갈 것으로 보고 여기에 집중, AAH파마슈티컬즈의 고객사 네트워크를 대폭 확장하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자본시장에선 AAH파마슈티컬즈가 영국 최대 규모의 의약품도매업체인 만큼, 이번 딜(deal)에 관심을 표하는 운용사는 여럿 있으나 아우렐리어스 측의 희망 매각가에 딜이 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우렐리어스 측은 해당 딜에 로이드파머시의 일부 매장 부지가 포함됐다는 이유 등으로 9억파운드(약 1조 5830억원)를 희망 매각가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아우렐리어스가 2년 전 맥케슨UK 사업부를 인수한 금액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현재 AAH파마슈티컬즈 딜을 검토하고 있는 사모펀드운용사로는 미국 기반의 HIG와 영국 기반의 캡베스트 등이 거론된다. 다만 시장에선 매각 측과 원매자간 기업가치 눈높이가 맞지 않을 경우 딜이 무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