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고래싸움에 낀 韓반도체…트럼프 당선시 운명은?

블룸버그, 韓 반도체 중국공장 타격 우려
미국과 반도체 ''VEU'' 합의 무산될 가능성
  • 등록 2024-01-23 오후 3:15:46

    수정 2024-01-23 오후 3:15:46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간 갈등이 지속되면서 중국에 공장을 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23일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특히 올해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더 큰 악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4월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 특별공연에서 1970년대 빌보드 히트곡 ‘아메리칸 파이’를 즉석에서 열창하자 조 바이든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 가을부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중국 공장에 대해 허용한 ‘미국산 반도체 장비의 수출통제 무제한 면제조항’을 번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2020년 인텔로부터 중국 북동부에 있는 다롄공장을 90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는 세계 2위 메모리 제조업체인 SK하이닉스가 생산 능력을 강화해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이 공장은 중국 반도체 산업 성장을 막으려는 미국의 반도체 규제 강화로 인해 성장에 제약을 받아왔다. 실제 SK하이닉스는 몇년동안 다롄 공장 설비투자를 확대하지 못한 상황이다.

다행히 지난해 10월 한미 양국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경제안보대화 채널을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공장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지정하는 데 합의했다. VEU로 지정되면 별도 허가를 받을 필요없이 미국 반도체 장비를 중국 공장에 반입할 수 있다. 현재 SK하이닉스 낸드 플래시 메모리 매출의 27%는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당시 양국이 합의에 이르게 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조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약속했고, 동시에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 미국의 주요 기술업체에 반도체를 계속 공급받아야 하는 미국의 니즈가 부합한 결과였다“고 평가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반도체 패키징 공장에 1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미국에 자금을 신청했다.

블룸버그는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트럼프 재선과 그 이후 미국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다롄 공장의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블룸버그 시각이다. 블룸버그는 “공화당 유력 대권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고 백악관에 복귀할 경우 이러한 면제 조항이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바이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부여한 VEU 자격을 철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다롄 낸드 플래시 인수 대금으로 인텔측에 1차 대금 70억 달러를 지급했다. 나머지 20억 달러는 내년 3월까지 제공하게 돼 있다.

트로이 스탕가론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이사는 ”한국은 미·중 관계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관련 핵심 기술의 최전선에 있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는 동시에 한국 기업의 취약점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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