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042660)은 작년 5월 23일 출범 후 1년 만에 괄목상대할 변화를 이뤘다는 분석이 대세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 세금으로 연명한다는 비난을 듣던 회사에서 미래를 설계하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난 격”이라고 했다. 실제 한화오션은 한화그룹 인수 전인 지난해 1분기 매출 1조4398억원, 영업손실 628억원으로 적자 기조였으나 올해 1분기 매출 2조2836억원, 영업이익 529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올해는 2020년 이후 4년 만에 연간 흑자 달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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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부채비율은 지난해 1858%에서 올해 1분기 241% 수준으로 크게 개선됐다. 한화그룹 인수 전 BBB-였던 신용등급은 인수 후 BBB+까지 두 단계 상승하며 재무구조 개선 성과를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은 인수 전인 2022년 1조~2조원 수준에서 9조원대(22일 기준)로 뛰었다. 이 같은 한화오션의 빠른 경영 정상화는 인위적 구조조정이 아닌 선별 수주 등 체질 개선에 의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오션 출범 직후 “인위적인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실제 한화오션은 출범 후 노사가 상호 신뢰와 이해를 바탕으로 회사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직원의 고용안정을 위해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의 상생 선언식을 열기도 했다. 출범 후 지난해 첫 임금 교섭은 7월 마무리했는데, 여름휴가 전에 임금 협상을 마무리한 것은 2014년 이후 9년 만이었다.
한화오션이 조선업계 병폐이자 적자 원인으로 지목됐던 저가 수주 관행을 끊고 선별 수주 전략을 앞세우는 것은 이미 3년 치 매출 이상의 안정적인 수주 잔고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선가 상승 기조가 유지되는 시장 상황에 맞춰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올 2월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로부터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을 3420억원에 수주했는데 이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의 최고가 계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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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부회장의 구상은 ‘방산·친환경·해상풍력·스마트 야드’ 4대 축을 중심으로 한화오션을 ‘글로벌 오션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도약시키는 것이다. 배만 만들던 조선업 본질적인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것을 넘어 미래 해양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사업 영역을 크게 넓힌다는 것이다.
한화오션이 지난달 ㈜한화 건설부문의 해상풍력 사업과 글로벌부문의 플랜트 사업을 양수해 사업 재편 속도를 높이면서 이러한 전략은 본격화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최근 미국 종속회사로 ‘한화쉬핑’이라는 이름의 해운사 설립도 공식화했다. 친환경·디지털 선박 기술 검증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한화오션은 이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유상증자로 확보한 1조4971억원 규모의 자금을 함정 건조와 친환경 연료 기술 개발을 위한 시설 투자에 약 5700억원, 해외 방산과 풍력 사업을 위한 타법인증권 취득 자금에 7200억원, 신기술 개발을 위한 운영자금에 2071억원 사용할 계획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글로벌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전 세계적인 안보 위기와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