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떤 것은 물밑에서 정리하려고 노력하지만, 어떤 것은 결국 ‘사적 자치의 원칙’상 당국의 권유나 노력에 (회사가) 응하지 않으면 그걸 지나치게 강제적으로 하는 것은 다른 부작용이 있다”고 밝혔다. 당국이 처음부터 흥국생명의 최대주주인 태광에 대주주 증자 등을 회사에 요청했지만, 태광측이 당시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답변은 흥국생명의 콜옵션 행사 결정 번복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제기된다는 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처음부터 대주주 증자 등을 거쳐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에 나섰더라면 흥국생명의 건전성지표(RBC, 지급여력비율) 하락도 막고 해외 자금 시장에서의 충격도 막을 수 있지 않았겠냐는 질문이다.
그러면서 “어떤 것은 결국 사적 자치의 원칙상 저희 권유나 노력에 (회사가) 응하지 않으면 그걸 지나치게 강제적으로 하는 것은 다른 부작용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며 “본건은 흥국생명과 관련한 시장 반응을 대주주나 흥국생명측에서 좀더 뼈저리게 받아들여서 저희와 함께 호흡해서 정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사전에 대주주 증자 방안을 요청했는데 회사가 거부했느냐는 추가 질의에 “방금 드린 말씀 그대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을 아꼈다. 부인하지 않은 셈이다.
앞서 흥국생명은 지난 7일 기존 결정을 번복, 5억 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권(콜옵션)을 예정대로 행사하기로 했다. 지난 1일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가 외화 채권시장에서 한국물 신뢰에 대한 타격이 커지자 6일 만에 입장을 뒤집었다.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금융회사는 통상 첫번째 조기상환일에 상환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 채권시장 큰 손인인 보험회사가 전세계적 긴축에 따른 시장금리 급등과 자금 시장 경색으로 차환(돌려막기)등이 어려워지자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을 하지 않거나 미루는 일이 발생해 자금시장 혼란이 커졌다.
흥국생명은 보유 중인 국채 등을 담보로 환매조건부채권(RP)을 발행해 약 4000억원, 보험업사 대출을 통해 1000억원가량을 마련해 콜옵션 행사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흥국생명이 발행한 RP는 4대 시중은행이 매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모회사인 태광그룹이 자본금 확충 등 자구책을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