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클라우드 기술 기업 이노그리드는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예비심사 승인 취소 통보를 받았다. 1996년 코스닥 시장 개장 이래 예비심사 단계에서 불승인이 떨어져 상장이 취소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노그리드는 앞으로 1년 이내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수 없게 됐다.
이노그리드는 앞서 증권신고서를 7차례 정정하면서 상장 심사 기간에만 1년 가까이 소요됐다. 파두(440110) ‘뻥튀기 상장’ 사태 이후 기술특례 상장 기준이 까다로워진 탓에 오랜 심사기간을 거쳤지만 금융감독원에 이어 거래소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거래소가 상장 예심 효력을 불인정하는 결정을 내린 건 최대주주의 지위 분쟁 관련 사항을 심사 신청서에 누락했다는 이유에서다. 회사 측은 주요 사항이 아니라 기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VC 회수 45% IPO인데…투심 경색 우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VC들의 회수 유형은 IPO가 45%를 차지할 정도로 주식시장에 기대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서 전반적인 투자회수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주식시장에서 성공적인 IPO가 이뤄진다면 VC의 자금 경색도 완화될 수 있다. 반대로 회수가 어려워질수록 신규 투자도 위축되는 결과를 낳는다.
‘이노그리드 사태’ 파급력 어디까지?
거래소의 상장 심사가 길어지면서 IPO를 통한 자금 조달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워지는 점도 고민거리다. 이노그리드도 1년 넘게 심사 통과를 기다리면서 이미 대규모 투자 계획이 미뤄지는 등 시기를 놓쳤단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대부분 벤처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상장 도전에 나서는데, 도전 자체의 문턱이 높아져 본업이 미뤄지고 사업력이 약화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경우엔 공모자금의 유입 없이 재무상태를 유지하면서 사업을 영위하는 데에 어려움이 뒤따른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더 큰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사전에 차단하는 건 좋지만 회수 시장이 경색돼 모험자본 투자 생태계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며 “하반기에도 케이뱅크, 시프트업 등 대형 IPO가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노그리드 사태로 인한) 파급력이 어디까지 번질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