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생산적 금융을 위해선 잡초부터 뽑아야

  • 등록 2017-07-31 오후 2:15:43

    수정 2017-07-31 오후 2:15:43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금융홀대론이 아니라 구조조정 홀대론 아닌가요?“ 한 금융권 인사가 최근 기자에게 한 말이다.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금융당국 차원의 이렇다할 기업 구조조정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표명한 우려다.

과장된 표현만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보자. 국정기획자문위가 핵심정책이라며 선정한 100대 과제를 보면 금융위 차원의 구조조정 방안은 단 하나도 없다.

100대 과제 중 금융위를 주관부처로 한 정책은 모두 3가지.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한 가계부채 위험 해소’, ‘금융산업 구조 선진화’, ‘서민 재산형성 및 금융지원 강화’다. 여기에 가계부채 대책은 있을지언정 구조조정 정책은 찾을 수 없다. 새정부 경제정책방향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러다보니 채권은행 사이에서도 저가수주를 막기 위해 만들었던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기준을 상황논리를 들어 후퇴하는 일도 빚어졌다. 성동조선의 탱커선(유조선)7척에 채권단이 RG를 발급해준 얘기다.

어느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구조조정은 ‘피 묻히는 일’이라 모두 꺼려한다. 일자리를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도 ‘보기 좋은’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정권 초반 실업자를 양산하고 혈세를 집어삼키는 기업 구조조정이 부각되는 것을 반가워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후반기 STX조선해양부터 현대상선, 한진해운, 대우조선해양으로 이어진 조선·해운 구조조정 사태를 겪으면서 왜 올해 초반까지도 ‘그 난리법석’을 떨었어야 했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조선업이 중국에 밀리기 시작했을 때부터 과감하게 구조조정에 나서지 못 했다는 단순한 사실 때문이다.

‘생산적 금융’이 강조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그만 하고 혁신기업에 자금을 주라는 주문이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혁신기업이 피어나려면 경쟁력 없는 잡초 같은 기업을 제때 솎아줘야 한다는 점이다. 잡초가 많은 곳에 제아무리 물을 주더라도 꽃은 피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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