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반도체 패권 경쟁 속 우리나라 기술 탈취를 막을 법안이 마련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반도체업계 핵심 관계자)
13일 업계에 따르면 21대 국회 임기 종료일(5월29일)이 2주 정도 남은 가운데 반도체·이차전지(배터리) 등 국가핵심기술 유출 방지를 골자로 한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 통과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계류 중인데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법안 폐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선 이 법안을 작년 11월 통과시킨 이후 12월 소위 심사를 한번 진행한 상태다. 법제사법위원회의(법사위) 법안 심의를 거쳐 본회의 통과라는 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이와 관련,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 법안 통과가 되지 않는다면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될 것이고 22대 국회에서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고 심의하는 일이 무의미하게 반복될 것”이라며 “촉각을 다투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밀리는 등 심각한 상황에서도 우리 기업, 정부는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법안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첨예한 만큼 법사위 역할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국회 관계자는 “직전 소위 심사에선 논의한 개정안이 다수였으며 형량 강화 규정 등 유사 내용이 많았다”며 “21대 국회 임기 종료가 얼마 남지 않았으나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일정이 정해지면 충분히 통과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판정신청 통지제와 해외 인수합병 시 외국인의 신고의무 부여 등의 일부 내용이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외국인투자를 위축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서다.
해당 법의 개정안은 산업기술보호법의 규제를 받는 국가핵심기술 수출, 합병 등의 범위와 국가핵심기술 유출 침해 행위의 범위를 확대하고, 관리체계를 강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양형 기준을 현행 15억원 이하에서 최대 65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과 고의로 유출한 범죄자에게 가중처벌을 하는 내용 등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기업의 첨단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 임직원 상당수가 국가핵심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유죄로 판단될 경우 법정형 대비 양형이 낮은 수준이며 추가 유출 가능성도 작지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술유출 범죄 예방을 위해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을 추진했으며 이를 21대 국회에서 처리하고 후속조치로 시행령 개정에 착수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등 국가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돼 적발된 건수는 23건으로 최근 5년 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19년 14건, 2020년 17건, 2021년 22건, 2022년 20건이다.
21대 국회는 오는 28일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 다수 법안을 처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