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혼없는 공무원을 보는 ‘참담함’

  • 등록 2016-11-28 오후 2:39:58

    수정 2016-11-28 오후 2:39:58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누구한테 (부총리 내정을) 연락받았나?”(기자) “...국민한테 연락받았다”(임종룡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임종룡 위원장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 내정된 지난 2일 밤 여의도 한 찻집. 기자의 질문에 임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최순실에 의해 국정이 좌지우지 됐다는 실체가 드러나던 초기, 누가 국정을 챙기고 있는지 궁금해서 기자간 던진 질문이다. 임 위원장은 처음에 “최근에 받았다”고 동문서답 하다 재차 기자가 묻자 ‘국민’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에 영혼이 없다고 하지만 국민을 위해 살라는 영혼이 있다”며 “대부분의 공무원은 그런 영혼을 갖고 있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며칠 후 임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에 생채기가 나는 일이 드러났다. 임 위원장의 고시 선배인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VIP 뜻’이라며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압박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보는 후배 관료들의 모습이다. 대부분 관료사회의 자성보다는 조 전 수석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는 ‘현실론’을 더 강조하는 것 같다. 경제부처의 A 과장은 “부당한 상관 지시를 거부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B과장은 “부당한 지시 자체를 구별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에 지분이 없던 조 전 수석이 불안한 입지 탓에 VIP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나름 해석을 덧붙였다. 조 전 수석은 이명박 정부 시절 세종시 문제로 박근혜대통령과 대척점에 있던 정운찬 전 총리를 사무처장으로 뒷받침한 바 있다.

조직원이 윗선의 부당한 지시에 맞서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 월급쟁이도 아니고 국가 운명을 결정하고 이를 뒷받침해야 하는 고위 관료라면 좀 달라야 할 것 같다. 그 어렵다는 고시를 누가 등 떠밀어 본 게 아니지 않은가. 스스로 선택했다면 그에 마땅한 책임윤리가 필요하다. 헌법 7조는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책임을 진다고 돼 있다.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위한 노력이 ‘최순실 부역’에 그쳤음에 허탈해하는 공무원이라면 헌법 7조를 상기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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