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위원장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 내정된 지난 2일 밤 여의도 한 찻집. 기자의 질문에 임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최순실에 의해 국정이 좌지우지 됐다는 실체가 드러나던 초기, 누가 국정을 챙기고 있는지 궁금해서 기자간 던진 질문이다. 임 위원장은 처음에 “최근에 받았다”고 동문서답 하다 재차 기자가 묻자 ‘국민’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에 영혼이 없다고 하지만 국민을 위해 살라는 영혼이 있다”며 “대부분의 공무원은 그런 영혼을 갖고 있다”고 역설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보는 후배 관료들의 모습이다. 대부분 관료사회의 자성보다는 조 전 수석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는 ‘현실론’을 더 강조하는 것 같다. 경제부처의 A 과장은 “부당한 상관 지시를 거부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B과장은 “부당한 지시 자체를 구별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에 지분이 없던 조 전 수석이 불안한 입지 탓에 VIP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나름 해석을 덧붙였다. 조 전 수석은 이명박 정부 시절 세종시 문제로 박근혜대통령과 대척점에 있던 정운찬 전 총리를 사무처장으로 뒷받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