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한화그룹 품에 안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가치가 수직상승하고 있다. 한화 그룹사와의 협업 시너지를 통한 추가 수주물량 확보 기대감이 높아지면서다. 한화그룹 인수 후 조선 업황이 ‘슈퍼사이클’ 초입에 들어서면서 적기에 인수합병(M&A)을 추진한 김동관 부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높은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오션(042660) 시가총액은 전일 10조원을 돌파한 10조4208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오션 시가총액이 10조원 이상을 기록한 건 2007년 11월 7일 이후 약 16년 만이다. 한화오션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 28일까지만 해도 2조257억원에 머물렀으나 불과 반년여 만에 414% 증가하며 다섯 배 넘게 치솟았다. 주가는 전일 종가 기준 4만6000원으로 연초(1월 4일·1만8463원) 대비 두 배 넘게 올랐다.
|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사진=한화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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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주가는 과거 분식회계 사태와 HD현대중공업과의 기업결합 무산 등으로 기업가치가 저평가되면서 수년간 1만~2만원대 머물며 부진한 흐름을 보여왔다. 기업가치가 급등하기 시작한 건 사명에서 ‘대우’를 떼고 한화오션으로 출범을 알리면서부터다. 한화오션 시가총액은 올 5월 17일까지만 해도 2조7102억원 수준이었으나 그달 23일 한화오션이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변경하면서 31일 3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6월 28일 8조187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한 달도 되지 않아 10조원의 벽을 뚫은 것이다.
한화그룹에 인수되면서 체질 개선 작업이 본격화한 데 이어 그룹과의 방산 시너지를 통한 추가 수주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조선 업황도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실적 개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오션은 하반기 컨테이너와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선, 특수선(군함) 수주가 기대된다”며 “연내 수주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오션 내부적으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큰 상태로 추가 주가 상승 여력이 크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그룹 내 한화임팩트가 글로벌 대형엔진 업체인 HSD엔진까지 인수하면서 한화오션 선박건조 수직계열화로 인한 경쟁력 강화 효과는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한화임팩트는 최근 HSD엔진 최대 주주인 인화정공과 신주인수 및 주식매매계약 본계약을 체결했다. HSD엔진은 선박용 엔진 생산업체로 친환경 기자재와 발전설비 생산이 가능한 기술과 제조 역량을 갖고 있다.
한화는 한화오션 인수를 계기로 육·해·공을 아우르는 ‘한국판 록히드마틴’ 이자 종합 방산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인수로 김동관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그룹 방산부문 사업구조 개편 작업이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업계에선 이번 인수 작업에서 김동관 부회장의 판단과 리더십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부회장은 지난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마덱스) 2023’ 한화오션 전시 부스를 직접 찾을 정도로 인수 후 강력한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화오션의 그룹 내 위상을 높여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시키기 위한 방문이었다는 게 안팎의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승부사 기질이 강한 김승연 한화 회장의 DNA가 이번 김동관 부회장의 한화오션 인수 작업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며 “한화오션의 성공적인 인수로 그룹 경영권 승계도 속도감 있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