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비금융진출 확대부터"…김주현식 금산분리 완화 밑그림 나왔다

[금융규제개혁회의]
금산분리 두 측면 중 은행의 비금융진출 확대부터
'삼성은행'우려 있는 산업자본 은행 소유는 장기검토과제
현재 은행·보험, 타회사 지분 15% 이상 출자 금지 원칙
은행, 자기자본 1% 이내 투자 요청..보험, 상조 진출 요구
민간위원들 "속도감 있는 추진 강조"
  • 등록 2022-07-19 오후 4:02:44

    수정 2022-07-19 오후 9:30:10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A은행은 디지털 금융플랫폼 앱을 제대로 꾸미기 위해 사용자환경(UI)·사용자경험(UX)디자인 회사를 인수할 생각이다. 카카오톡 앱에 버금가는 ‘슈퍼앱’을 만들고 싶어서다.

비이자이익 확대 차원에서 부동산 등 생활서비스 업체를 인수하고 싶다. 하지만 이런 사업은 현재 모두 불가능하다. 은행법상 은행의 비금융 회사 투자한도가 15%이내로 제한돼서다. 바로 금융(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결합을 제한한 금산분리 규제 탓이다.

이복현(왼쪽 네번째)금감원장, 김주현(다섯번째) 금융위원장, 박병원(여섯번째)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사진=금융위)
금융업 규제완화는 세계적 추세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이날 금융규제 혁신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며 제시한 ‘1순위 과제’가 바로 이 금산분리 규제다. 이는 산업자본을 소유한 은행의 이해상충 충돌을 방지하는 한편 산업자본 위험이 금융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칸막이 규제다. 하지만 금융과 비금융의 융합이 대세가 된 시대 및 글로벌 흐름에 견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금산분리 완화 방향에 대해 “금융 안정을 위한 기본 틀은 유지하되, IT·플랫폼 관련 영업과 신기술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업무범위와 자회사 투자 제한을 개선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금산분리의 두 가지 측면, 즉 은행을 누가 소유하느냐와 은행이 무엇을 소유하느냐 중 은행의 비금융회사 진출을 원활히 하는 측면에 주력하겠다는 얘기다. ‘삼성은행’ 우려가 뒤따라는 후자의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확대는 사실상 건드리지 않겠다는 의미다.

현재 금융업법상 자회사 투자범위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은행과 보험은 원칙적으로 다른 회사 지분에 15% 이상 출자가 불가능하다. 예외가 없진 않지만 금융·보험업, 은행관련업종, 금융위 인정업종의 경우 등으로 제한돼 있다. 또한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원칙적으로 비금융회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고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는 비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없다.

금산분리 규제는 미국, 일본 등 해외에도 있다. 하지만 최근 완화되는 추세라는 평가다. 이날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금산분리 규제 관련 발제를 한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과 관련, “통화감독청(OCC, 은행규제 감독 기관으로 국내로 치면 ‘은행감독국’)은 국법은행이 자회사를 통해 은행업무나 부수업무를 수행하도록 인정하고 있다”면서 “자회사 보유범위의 기준으로의 은행업무 또는 부수업무의 해석은 효율성 기준 등으로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 은행법상 자회사는 ‘회사가 그 총주주 등의 의결권 100분의 50을 넘는 의결권을 보유하는 다른 회사’로 규정돼 있다. 이는 국내 은행이 15% 지분을 초과해 다른 회사를 보유하면 자회사로 분류하는 것보다 완화된 것이다. 특히 일본은행은 자회사로 둘 수 있는 대상에 은행 등 금융회사와 함께 ‘은행업고도화회사’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핀테크와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을 말한다. 일본 은행은 국내 은행과 달리 핀테크를 자회사로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권은 출자제한 완화를 기대하고 있다. 생활밀착업종, 부동산 관련, 가상자산 등 업종제한 없이 자기자본 1% 이내 투자를 허용해달라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경우 시중은행(자기자본 20조원 내외)은 2000억원(개별자회사) 수준의 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생명보험업권은 보험사의 상조서비스 진출을 요청하고 있고 손해보험업권은 디지털 플랫폼 기반 서비스 영위를 위한 자회사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업무범위 확대 요구도 나온다. 은행권에서는 현재 한시적인 규제 완화 창구인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하고 있는 음식배달, 통신, 가상자산, 유통 등도 부수 업무로 인정해달라고 하고 있다. 현재 은행의 부수업무는 은행이면 예적금 대출 등 업종별 핵심업무인 고유업무와 유사한 업무 등으로 한정돼 있어 은행이 비금융 진출이 제한돼 있다.

금융자본 시장진출 우려…사회적합의 관건

다만 김 위원장은 금산분리 등 금융규제 혁신을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 사회적 합의 속에서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규제개혁을 하다보면 새로운 위험이 대두된다. 그때 감독당국이나 업계가 이 위험에 대해 답을 주지 못하면 더 이상 추진하지 못한다”며 “투명하게 논의하고 필요하면 논의과정도 다 공개해 언론도 판단하고 국민적 합의를 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열린 금융규제회의에서 민간위원들은 금산분리 완화와 관련해 국내가 보수적인 일본에 비해서도 뒤떨어져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위원장을 맡은 박병원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나라,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또 두들겨보는 나라가 일본인데, 금산분리(완화)쪽에서 우리가 일본보다 늦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속도감 있게 움직이지 않으면 기술변화나 산업변화에 대해 금융산업이나 빅테크가 대응하는 게 늦을 수 있다는 얘기 같다”며 “민간위원들은 법을 개정하는 게 시간이 걸릴 수 있어 조금 빨리할 수 있는 건 빨리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굉장히 포인트 있는 말이다. 그런 방식으로 논의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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