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한미-OCI 합병에 등장한 가현문화재단…이번엔 배임 논란

임주현 실장 두 자녀 대신 가현재단이 계약주체로
故 임성기 회장 상속자산으로 설립된 비영리법인
"문화예술 발전 설립목적에 반하는 결정" 주장 제기
  • 등록 2024-01-29 오후 3:53:06

    수정 2024-01-31 오전 8:23:23

[이데일리 마켓in 권소현 기자] 한미사이언스(008930)OCI홀딩스(010060) 통합을 두고 오너 일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합병 작업에 가현문화재단이 동원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가현문화재단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활용하는 것은 문화예술 사업이라는 재단의 설립목적에 반하는 만큼 배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가현문화재단은 지난 15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실장의 두 자녀와 OCI홀딩스간 체결하기로 했던 주식양수도계약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당초 12일 공시에서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장녀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의 자녀 2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합해 744만674주를 OCI홀딩스에 매각한다고 발표했지만, 사흘만에 정정공시를 통해 가현문화재단을 계약 당사자로 바꾼 것이다. 이에 따라 재단이 보유하고 있던 한미사이언스 주식 73만8262주를 OCI홀딩스에 매도하기로 했다.

가현문화재단은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지난 2002년 설립한 비영리법인이다. 송 회장이 대학시절부터 사진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만큼 사진을 통한 문화예술 발전을 도모하고자 세운 것이다. 2003년에는 국내 최초의 한미사진미술관을 개관하기도 했다. 고(故) 임성기 회장의 상속자산을 증여해 현재 한미사이언스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논란이 된 부분은 가현문화재단의 사업내용이 ‘문화예술 자료의 수집, 보존, 관리 및 전시 사업’이라는 점이다.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이같은 공익적인 활동이 아닌 오너 일가의 경영권 방어에 사용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송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측은 “주식 양수도 계약 인수는 재단의 이익과 무관하게 경영권 분쟁상태에 있는 한미사이언스 일부 대주주의 개인적 이익 수호를 돕는 행위”라며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위반한 배임행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단이 기본재산을 처분할 경우 주무관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하는 만큼 사전 허가를 받았는지 여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그룹 측은 “주무관청으로부터 재단 자산 300억원 내에서는 처분할 수 있다는 허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임 사장 측은 “1846년 창립된 미국의 스미소니언 재단이나 1768년 영국에 설립된 왕립예술학원 등 백 년 이상의 역사를 이어오며 문화 및 연구영역에서 공공재단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오고 있는 해외재단들을 생각할 때 이번 사건은 국가와 사회가 관심을 갖고 제도를 정비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미약품그룹이 지난 12일 OCI그룹과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맞교환을 발표하자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하루 뒤인 13일에 개인 회사인 코리그룹의 엑스(전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한미사이언스와 OCI 발표에 대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미약품 본사. (사진=한미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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