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전 보조금 속도…"韓 정부, 기업입장 전달 나서야"

''반도체 보조금'' 속도내는 美 상무부
삼성·SK 美 공장 투자, 유연한 대응 필요
韓 정부, 기업-美 정부간 절충점 역할 ↑
  • 등록 2024-11-22 오후 2:23:02

    수정 2024-11-22 오후 2:23:02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정부가 나서서 기업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전에 보조금 지급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만큼 정부도 기업 부담을 줄여줄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2일 외신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떠날 때까지 연구개발(R&D) 자금을 다 지출하는 게 목표”라며 “첨단기술 선도 기업들과 관련된 주요 발표를 모두 확실히 끝내고 싶다”고 했다. 안보의 영역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영역까지 모두 포함된다며 이같이 발언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사진=AFP)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기업이 반도체를 만들도록 하기 위해 많은 돈을 지급하는 건 옳지 않다. 10센트도 낼 필요 없다”며 “관세 정책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공장을 짓는 기업들에 보조금을 지급할 것이 아니라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해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는 발언이다.

이 같은 트럼프 당선인의 의견으로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거나 짓기로 계획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고심이 깊어졌다. 보조금 약속은 받았지만, 실제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보조금 규모 등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약 23조 500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전자는 투자 규모를 늘려 2030년까지 총 450억 달러(약 62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인디애나주에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데 38억 7000만 달러(약 5조 3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에 보조금 64억 달러(약 8조 8000억원), SK하이닉스에 최대 4억 5000만 달러(약 6200억원)의 보조금을 약속받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 바이든 정부에서 보조금 지급을 완료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칩스법에 따라 약속한 보조금을 무조건 폐지하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칩스법 제정 당시 공화당 의원들도 참여했었고, 각 주정부의 반대가 있을 수도 있어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트럼프 취임 이후 보조금 등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한 이후 (투자 규모 등을) 판단하는 등 신중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을 따져보면 보조금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은 있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조금 규모에 따른 추가 투자 계획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는 대목이다.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공장 유치에 힘을 써왔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은 반도체 공장 건설을 카드로 쓸 수 있는 셈이다. 예컨대 보조금 규모에 따라 추가 투자 규모를 조율할 수 있다.

정부의 역할 역시 매우 중요해졌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연구부원장은 “일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외교력을 발휘해 물밑 작업을 나서고 있다고 들었다”며 “개별 기업이 미국 정부를 상대로 나서기 어려우므로 우리 정부에서도 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인선 등을 잘 살펴보고,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 연구부원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처음 집권 1년에는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면서 액션을 보이겠으나 나머지 3년은 다를 수 있다”며 “트럼프 당선인은 사업가이기 때문에 이 점을 파악하고, 우리 정부가 기업의 입장을 전달하면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이든 정부에서 보조금 지급을 완료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나서는 것도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우려를 줄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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