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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눈은 자연스레 롯데그룹으로 향한다. 현재 롯데케미칼(011170)(AA), 롯데지주(004990)(AA-), 롯데건설(A+) 등 세 곳은 국내 신용평가 3사 모두가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부여한 상태다. 통상 ‘부정적’ 등급전망은 향후 6개월 내에 신용등급 강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롯데그룹의 신용도가 흔들리기 시작한 건 지난 2022년부터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 여파로 롯데케미칼이 적자를 이어 나가기 시작하면서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신용평가 3사의 등급 하향 트리거를 충족했다. 신평사들은 등급 하향 트리거로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지표를 제시했는데, 지난 3월 기준 롯데케미칼은 3사의 기준을 모두 상회한 상태다.
계열통합신용도는 지주회사인 롯데지주 신용도의 근간이 된다. 만일 롯데지주가 현재 신용등급인 AA-에서 한 번 더 낮아지게 되면 A+로 비우량등급으로 분류된다. AA급 방어에 실패할 경우 일부 펀드에서 롯데그룹 관련 상품 배제돼 채권 매물이 시장에 나오게 된다.
이어 계열통합신용도는 그룹 내 비주력 계열사들의 계열지원가능성에도 영향을 준다. 기업의 사업·재무 안정성을 토대로 자체신용도를 산출한 뒤, 최대 주주 등 계열지원가능성을 고려해 1~2노치(notch) 상향 조정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기평과 NICE신평은 지난해 롯데캐피탈, 롯데렌탈(089860) 등에 반영했던 노칭업 효과를 없애 A+로 등급 하향이 이뤄진 바 있다.
다만 오는 19일 롯데케미칼 기한이익상실(EOD) 관련 사채권자 집회에서 원만한 합의가 될 경우 신용등급 하향 압력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채권자와의 원활한 합의를 통해 웨이버(Waiver·일시적 적용 유예) 혹은 재무약정 삭제 등이 이뤄진다면 크레딧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등급 하향 압력이 높다는 점은 부담이나, 신용등급 하향이 어느 정도 금리에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채권자 신뢰 유지에 실패한다면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며 “그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나 만약 원만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아 대상 회사채에 대해서 일시에 조기상환이 청구된다면 유동성 위험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