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으로 수혜를 봤다가 리오프닝으로 몸살을 앓아온 글로벌 퀵커머스 업체들의 현 상황을 가장 잘 녹여낸 말을 굳이 꼽자면 이 말이 가장 적합할 것이다. 퀵커머스는 고객이 상품을 주문하면 10분에서 1시간 내 배송지로 상품을 배송해주는 즉시배송 서비스 산업으로, 코로나19 당시 유럽과 인도 등에서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상황은 2년 만에 역전됐다. 부실한 사업 구조에도 단숨에 유니콘(Unicorn·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이고 창업한 지 10년 이하의 비상장 스타트업)에 등극한 글로벌 퀵커머스 스타트업들은 리오프닝으로 온라인 총알배송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자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었다. 특히 시장점유율 확보 차원에서 할인 쿠폰을 뿌리며 과도한 마케팅을 했던 곳들은 저마다 매각 카드를 꺼내 들었고, 이 중 일부는 시장 상황을 견디다 못해 파산하기도 했다.
|
라벨르비에는 초고속 배송 자체에 역량을 집중한 여타 퀵커머스 업체와 달리 물류 기술에 투자해온 덕에 소비자와 투자자들을 모두 웃음 짓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신들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 목표 수익을 달성했다. 이번 인수로 라벨레비에는 프리츠티 제품을 기존 라벨르비에 취급 품목에 더한 온라인 식료품 배송 앱 ‘프리츠티 마켓’을 출시하고 고객 접점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해외 만큼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이러한 형식의 M&A가 이뤄진 바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배달대행 플랫폼 바로고는 올해 상반기 같은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는 ‘딜버’ 운영사 더원인터내셔널 지분 100%를 인수하며 사세 확장에 나섰다. 딜버는 업계 최초로 아이폰 기반 프로그램을 보유한 유일한 배달대행 플랫폼이다. 바로고는 이를 통해 라스트마일(운송 서비스 마지막 단계) 시장을 재편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일각에선 업계 필승 공식으로 통하던 ‘M&A를 통한 밸류업 전략’을 펼치기에는 아직 시장 상황이 불안정하다고 지적한다. 국내 VC 업계 한 관계자는 “(M&A를 통한 사세 확장) 리스크가 없다고 보기에는 아직 시장이 불확실하다”면서도 “유통가 사이에서 퀵커머스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기 때문에 업계에선 조용히 사세를 확장하는 곳들이 어떤 비즈니스모델을 토대로 성장하는지를 당분간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