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까지 뛰어들었다…에스엠 주주들만 꽃놀이패

카카오-카카오엔터, 주당 15만원 공개매수 제시
에스엠, 단박에 15% 오르며 14만9700원에 마감
하이브 '지분 15% 샀는데 2대주주'에 공개매수설도
카카오도 공개매수 성공 장담 못해…금융당국도 조사
  • 등록 2023-03-07 오후 4:24:33

    수정 2023-03-07 오후 4:24:33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에스엠을 향한 ‘쩐의 전쟁’은 어떻게 끝날 것인가.

카카오(035720)에스엠엔터테인먼트(041510) 주식을 주당 15만원에 사들이겠다고 나서며 에스엠 주가는 7일 단박에 15% 급등하며 공개매수가(15만원)에 다가섰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은 하이브의 에스엠 지분 공개매수 청약 마지막 날인 지난달 28일, 카카오가 에스엠 주식을 대량 사들인 것을 포착하고 불공정 거래 조사에 착수했다.
연초 이후 에스엠 주가추이[출처:마켓포인트]
맞불 놓은 카카오…에스엠, 단숨에 15만원 턱끝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에스엠은 전 거래일보다 1만9600원(15.07%) 오른 14만9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이후 최고가다. 외국인이 730억원, 기관이 363억8907만원 각각 순매수했다.

에스엠은 개장 직후 주문이 몰리면서 변동성 완화 장치(VI·일시적으로 주가가 급변할 때 2분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해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는 조치)가 발동되기도 했다. 자회사인 SM C&C(048550) 역시 14.32% 오르며 49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카카오는 개장 전 에스엠의 주식 833만3641주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발표했다. 에스엠 발행주식 총수의 약 35%에 달하는 규모로 공개매수 기간은 7일부터 26일까지다. 총 인수금액은 1조2500억원이다. 공개매수 자금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가 절반씩 투입한다.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카카오의 에스엠 보유지분은 20.78%(494만6821주), 카카오엔터는 19.13%(455만4220주)가 된다. 하이브(15.78%)를 제치고 최대주주에 올라서게 되는 셈이다. 현재 하이브가 보유한 지분은 이수만 전 총괄의 지분 3.65%까지 합해 총 19.43% 수준이다.

물론, 하이브가 무리하게 출혈경쟁에 가담하기보다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응하며 손을 털고 나올 가능성이나 카카오와 하이브가 각자 지분을 보유하며 협력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하이브도 추가 공개매수에 나서며 맞불을 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하고 있다. 카카오의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하이브는 애써 지분 15.78%를 취득하고도 경영에 참여할 수 없는 사태를 맞게 되기 때문이다

현대차증권은 하이브가 추가로 공개매수를 실행할 경우 주당 최고 16만원까지 부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하이브의 지난해 9월 말 가용 현금은 1조1000억원 규모며 4분기 영업현금흐름 및 1분기 신규 차입금 3200억원까지 더하면 1조 후반대가 최대 자금동원 능력으로 판단된다”며 “여기서 미국 힙합 레이블 QC미디어 인수자금을 빼면 에스엠 발행주식 40%를 기준으로 최대 인수 가능 주당 가격은 16만원으로 계산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 카카오 지분매입 조사 속 카카오·하이브 모두 약세

다만 카카오도 안심할 수 없다. 이날 에스엠의 주가가 단박에 공개매수가(15만원) 수준까지 오른 가운데, 주가가 15만원을 돌파하면 카카오도 공개매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실제 하이브는 지난달 10일부터 3월 1일까지 에스엠 지분의 주당 12만원을 제시하며 공개매수에 나섰지만, 에스엠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하회한 것은 단 사흘에 불과했고 결국 개인주주는 단 4주만 공개매수에 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 동안 에스엠 지분을 매집한 정황이 포착되며 금융당국도 조사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가 이날 공개한 에스엠 공개매수 신고서에 따르면 현재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에스엠의 주식 78만주(3.28%), 38만7400주(1.63%)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주식은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에 사들인 물량이다.

카카오는 2월28일 66만6941주를 주당 12만1325원에 사들였고, 3월2일과 3일에도 각각 6만8505주(주당 12만8750원), 4만4554주(12만6746원)를 추가 매수했다. 카카오엔터는 2월28일 38만7400주를 장내매수했다. 주당 매수가격은 12만6200원이다.

특히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대량으로 주식을 사들인 2월28일은 하이브가 진행한 공개매수 마지막 날이다. 이날 에스엠의 주가는 장 중 11만8700원까지 내려갔지만 종가는 12만7600원으로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가를 웃돌았다 . 이 때문에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응한 개인 주식은 단 4주에 불과했다. 게다가 카카오·카카오엔터의 에스엠 장내 매수 물량은 105만4341주로, 당일 발생한 기타법인의 매수 물량(108만7801주) 대부분을 차지한다.

금감원 측은 “카카오가 하이브의 에스엠 지분 공개매수 기간에 지분을 매집한 것이 주가에 영향을 미칠만한 행위(시세조종 혐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 176조 3항은 누구든지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시세를 고정시키거나 안정시킬 목적으로 해당 증권·상품에 대해 일련의 매매를 하거나 그 위탁·수탁을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앞서 금감원은 “누구라도 공개매수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유지하려는 행위가 있었다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하이브는 이날 에스엠의 최대주주가 되기 어렵다는 우려 속에 닷새 만에 하락하며 전 거래일보다 3300원(1.72%) 내린 18만8500원에 마감했다. 카카오(035720) 역시 금융당국 조사와 대규모 자금 출혈 우려 속에 전 거래일 보다 2100원(3.30%) 내리며 6만1500원을 기록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 주주 입장에서는 이 계약이 카카오를 위한 것인지, 카카오엔터를 위한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아 부정적인 이슈일 수밖에 없다”며 “카카오엔터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상장해야 하는데 그때 SM 주주 이익 역시 보장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에스엠 주주 외에 이번 경영권 전쟁에서 이익을 보는 개미는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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