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스포츠산업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이번엔 종합격투기에 1억달러(약 13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사우디가 스포츠 투자를 통해 인권·민주주의 탄압으로 나빠진 이미지를 세탁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아랍 클럽 챔피언스 컵 결승전을 참관하며 웃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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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PIF 산하 스포츠 전문 투자회사인 SRJ 스포츠 투자회사가 1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종합격투기 단체인 ‘프로페셔널 파이터스리그’(PFL) 지분 일부를 취득할 계획이라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초 SRJ가 설립된 이래 첫 투자 프로젝트다. 소식통은 사우디가 내년 2분기 PFL 중동·북아프리카리그를 만들 것이라고도 전했다. 사우디는 프란시스 은가누, 제이크 폴 등 스타 선수가 참여하는 이벤트성 경기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IF는 최근 몇 년 새 스포츠산업 큰손으로 부상했다. 2021년 컨소시엄 방식으로 4억900만달러(약 5400억원)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인수한 데 이어 올 초엔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자국 리그 알 나스르에 영입했다. 구체적인 몸값은 공개되진 않았지만 시즌마다 2억유로(약 2900억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PIF가 후원하는 골프투어인 LIV는 창설된 지 1년 만인 지난 6월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사실상 흡수 합병하기로 했다. 격투기 분야에서도 오는 10월 수도 리야드에서 은가누와 타이슨 퓨리의 복싱 경기를 연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PIF가 지난 2년간 스포츠에 투자한 돈이 최소 63억달러(약 8조3000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의 공격적인 스포츠 투자를 두고 일각에선 ‘스포츠워싱’(스포츠 이벤트를 통한 이미지 세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으로 사우디 왕실에 대한 국내외 이미지가 악화한 상황에서 스포츠를 통해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려 한다는 해석이다.
사우디가 석유에 집중된 경제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스포츠 산업을 육성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중동 경제 패권을 두고 사우디와 경쟁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는 UFC, 미국프로농구(NBA) 경기 등을 유치하며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사우디는 스포츠를 서비스 산업을 육성화하며 관광을 활성화함으로써 석유 산업을 육성하고 관광을 활성화할 방안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