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롯데손해보험이 올해 두번째로 공모 후순위채 시장에 노크한다. 이번 후순위채 발행은 ‘회사의 매각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매각 전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등을 통한 자본 쌓기는 결국 예비 인수자들의 자본확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 (사진=롯데손해보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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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손보는 오는 24일 공모 후순위채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지난 22일 오후 후순위채 모집총액이 400억원인 증권신고서를 공시한 롯데손보는 모집 총액을 최대 700억원까지 열어뒀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대표주관사와 협의해 모집 총액이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수요예측 공모희망 금리밴드는 연 6.95~7.55%이며, 대표 주관사는 교보증권이 맡는다.
보험사들이 발행하는 후순위채는 통상 5년물로 평가 받는다는 특징이 있다. 표면상 만기는 10년이지만, 발행 후 5년째 되는 연도에 기관들이 조기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콜옵션이 달려서다. 후순위채는 처음엔 100% 자본으로 잡히다가 잔존만기가 5년째 되는 해부터 매년 20%씩 자본인정한도가 줄어든다. 그러나 대부분 보험사가 콜옵션을 시행하기 때문에 자본 인정에 있어 걸리는 부분은 딱히 없다.
롯데손보는 새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등 자본적정성 관리를 위해 이번 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확충된 자금은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정책과 안정적인 킥스비율 관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운용전략에 따라 투자할 예정이다.
킥스비율은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롯데손보의 해당 비율은 올 상반기 기준으로 190.18%(경과조치 이후)다. 새 회계제도 도입에 따른 보험사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금융감독원의 경과조치를 제거하면 킥스 비율은 145.06%로 떨어진다.
롯데손보는 후순위채 발행에 대해 킥스 비율을 끌어올리고 자본 건전성을 돈독히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롯데손해보험 관계자는 “안정적인 자본 건전성을 한층 더 고도화하는 차원에서 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롯데손보가 공모 후순위채를 발행한 지 4개월 만에 자금을 추가 조달하기로 결정한 것은 ‘매각’ 이슈가 근본적 배경이라고 해석한다. 재무건전성이 탄탄할수록 예비 인수자들이 느끼는 매력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한 관계자는 “과거 KDB생명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하나금융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뒤에도 후순위채 발행을 지속했다”며 “이때도 자본 확충을 통해 인수자의 부담감을 낮춰주기 위한 작업이라는 평가가 나왔다”고 말했다.
롯데손보는 올 하반기부터 매각 절차를 본격화하면서 수익성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올 3분기 롯데손보의 누적 순이익은 2629억원으로 지난해 순손실에서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와 달리 보험사 자본성증권에 대한 투자심리가 한층 더 견조해진 상황인 점도 자본성증권 발행에 한몫했다. 앞서 지난 7월에도 롯데손보는 공모 후순위채를 400억원으로 모집했지만, 수요가 몰리며 600억원 규모로 늘려 발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