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에너지값 폭등에 따른 위기 속 한국 기업들이 ‘오일 머니’를 잡을 수 있는 큰 장(場)이 열렸다. 한국 기업은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한 17일 사우디 정부·기업과 26건의 계약과 양해각서를 맺으며 이 같은 기대감을 더 구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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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 삼성물산, 한국전력 등 20여 기업은 산업부와 사우디 투자부가 이날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연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사우디 정부·기업과 총 26건의 계약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앞으로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주요 협약의 예정 사업비만 조(兆) 단위여서, 본계약으로 이어진다면 도합 수십조원에 이르는 계약 성사가 기대된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칼레드 알 팔레 사우디 투자부 장관은 자국 매체를 통해 30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투자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현대로템은 사우디 철도청이 추진하는 2조5000억원 규모 네옴시티 철도 사업을 위해 사우디 투자부와 협력 MOU를 맺었다. 네옴시티는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 중인 신도시 프로젝트다. 총 사업비만 5000억달러(6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초대형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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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 롯데정밀화학(004000)과 DK케미칼이 각각 정밀화학과 폴리부텐 현지 생산 거점 구축을 추진한다. 대우건설(047040)과 효성중공업(298040), 두산에너빌리티(034020)도 현지 건설사 알파나르(Alfanar)와 현지 에너지 설비 건설을 추진키로 했다.
사우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가 최대주주인 에쓰오일은 역으로 울산에서 9조2580억원을 직·간접 투입하는 2단계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 에쓰오일은 이날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 3곳과 이를 위한 설계·조달·시공(EPC) 기본계약을 맺었다.
바이오·서비스·투자까지…한-사우디 경제협력 분야 ‘확대’
양국은 이날 행사를 계기로 에너지·건설에 집중됐던 양국 경제협력 범위를 바이오·농업·서비스 등으로 확대한다.
이 같은 양국 경제협력 범위 확대는 중장기적으로 사우디가 추진 중인 네옴시티 참여 확대, 더 나아가 원자력발전소(원전) 건설 프로젝트 수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12조원을 들여 원전 2기 건설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올 5월 한국과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에 참여 의사를 타진한 바 있다. 현재는 미국이 사우디의 원전 건설에 반대하는 상황이지만 한·미 원전 동맹 등을 활용해 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나 수소나 원전(SMR) 등 에너지와 방위산업, 인프라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또 ‘전략파트너십 위원회’라는 소통 채널을 통해 이를 구체화하기로 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한-사우디 양국이 수교 60주년을 맞아 에너지·건설 분야에서 쌓은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상호 호혜적 동반자로 협력 관계를 공고히 했다”며 “정부도 양국 협력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