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은행, 올해 코코본드 콜옵션 만기 3.5조…조기상환 시동

잔액 25.8조 중 15%…신한·우리 콜옵션 행사 조기 확정
하나·농협 등도 조기상환 예상…시장 불확실성 차단 일환
차환 힘들 경우 자본 감소하지만 금융당국 요구 수준 상회
  • 등록 2023-03-29 오후 4:06:45

    수정 2023-03-29 오후 7:33:53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실리콘밸리은행(SVB)과 크레디트스위스(CS)의 연이은 파산으로 국내 금융권의 리스크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올해 코코본드(신종자본증권) 콜옵션(조기 상환)을 적극 시행해 불확실성을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자본으로 인정되는 신종자본증권을 대거 상환할 경우 자본 적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콜옵션 포기=유동성 우려, 조기상환 예상 수순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하나·NH농협)와 각 시중은행이 보유한 신종자본증권 잔액 규모는 약 25조8300억원으로 집계됐다.

통상 신종자본증권은 30년 이상 장기채로 발행하며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이에 자본 확충을 도모하는 금융권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다.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 5년마다 콜옵션 만기가 돌아오는데 보통 이때 상환을 결정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30년 만기로 발행해도 은행의 자금 운용 상황을 볼 때 첫 콜옵션을 실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라며 “시장의 컨센서스도 이에 맞춰 발행·유통금리 등이 결정되는 편”이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CS 파산·매각 과정에서 22조원 가량의 조건부 신종자본증권이 상각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국내 금융권 재무 상태와 정부 지원을 고려할 때 상각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올해 콜옵션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에 상환 여부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5대 금융지주·은행이 보유한 신종자본증권 중 올해 콜옵션 만기 규모는 3조5292억원으로 파악됐다. 대부분 2018년 발행해 5년차 첫 콜옵션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이 많다.

금융지주 중에선 신한금융이 1조1850억원으로 가장 많고 하나금융 2960억원, 농협금융 2190억원이다. 시중은행은 우리은행 1조1000억원, 농협은행 3500억원(작년 9월말 기준·자본 미인정 물량), 신한은행 1995억원, 하나은행 1797억원 순으로 많다. KB금융·우리금융·국민은행은 올해 콜옵션 만기 도래 물량이 없다.

당장 다음달 1350억원 콜옵션 만기가 돌아오는 신한지주는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도 다음달 5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에 콜옵션을 행사키로 했다. 하나금융은 이미 지난달 2400억원대 물량에 콜옵션을 행사해 상환한 바 있다. 다음 콜옵션 만기는 11월 돌아오는데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콜옵션 행사가 예상된다.

“신규 발행 힘든 상황…은행권 리스크 관리해야”

금융지주·은행들이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일반적으로 행사함에도 이례적으로 조기 확정 계획을 발표하는 이유는 최근 금융권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흥국생명 콜옵션 포기 사태 이후 콜옵션 행사를 하지 않을 경우 회사에 유동성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냔 우려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콜옵션을 행사하고 있다”며 “시장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조기 상환 일정을 알리는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권이 신종자본증권을 일제히 조기 상환하고 추가 발행에 차질을 빚는다면 자본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대부분 자본으로 인정된다. 일단 상환을 했는데 발행금리가 급등하는 등 채권시장 상황이 불안할 경우 추가 발행이 힘들면 자본이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현재 금융권의 자본 상태가 양호해 금융당국 기준을 밑도는 등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가 올해와 내년 콜옵션 시기가 도래하는 신종자본증권을 차환 없이 조기 상환한다고 가정해도 기본자본(Tier1) 비율은 13.9~14.8%로 요구 비율인 12.0%를 상회할 것으로 추산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신종자본증권 신규 발행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환경 악화가 내년까지 지속된다고 가정해도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며 “현재 은행권 리스크 관리는 당연한 것으로 이전보다 위험가중자산(RAW) 관리를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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