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공장의 불을 끄고 주요 자산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침체에 이어 최근 중국의 저가물량 공습까지 더해진 탓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의 밀어내기 공세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발(發) 미국의 높은 관세장벽에 가로막혀 갈 곳 잃은 중국 저가 제품의 우회 수출이 늘어나 우리 철강업계엔 또 다른 위협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전날 경북 포항 2공장 셧다운(폐쇄)을 결정하고 전날 직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날 직원 전환 배치 등을 논의하기 위해 진행한 노사협의회에서 직원들은 공장 폐쇄에 반발하며 오는 20일 본사가 있는 판교로 상경 투쟁을 예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항공장은 특수강과 건설 현장에 투입되는 봉형강 생산에 특화됐다. 전방산업인 건설경기가 얼어붙으면서 포항 2공장은 최근 가동하는 날보다 쉬는 날이 더 많아졌다. 제강 생산량은 2022년 연 68만t에서 올해 51만t으로 급감했고 가동일수는 304일에서 228일로 줄었다. 압연의 경우 2022년 39만t에서 올해 23만t으로 생산량이 줄었고 가동 일수도 270일에서 152일로 줄었다. 여기에 제조 원가는 같은 기간 t당 99만원에서 올해 113만으로 치솟으며 제품을 팔 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마저 발생했다.
포스코의 경우 저수익 사업으로 분류한 중국 장쑤성(江蘇省) 장가항포항불수강 제철소 매각을 검토 중이다. 이 제철소는 포스코가 해외에서 처음으로 스테인리스 일관생산 설비를 구축한 곳이지만 지난해 중국 내 공급 과잉 등의 여파로 1억3000만달러(약 1812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직접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교수는 “중국 정부가 자국 철강사에 우회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해 물량을 밀어내면서 국내 업체들은 저가 제품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 정부가 철강 반덤핑 관련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전 산업군으로 확산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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