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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퀄컴 등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조치 등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RF칩(고성능 무선주파수칩)의 조건부 리베이트(판매 장려금) 제공행위에 대한 과징금 처분을 파기, 이를 다시 심리하라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고 11일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2009년 이동통신 핵심기술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원천기술업체인 퀄컴에 대해 로열티(특허 사용료) 차별과 리베이트 제공 등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당시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273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체적으로 퀄컴은 2004년 4월부터 CDMA 이동통신 특허기술을 삼성전자, LG전자 등에 제공하면서 경쟁사의 부품이나 모뎀칩(음성과 디지털 신호 변환기)을 사용하면 로열티를 부당하게 차별적으로 부과해 경쟁사의 사업활동을 어렵게 한 혐의를 받는다.
가령 △ 로열티 부과 금액을 산정하면서 자사에서 구매한 부품 가격은 공제한 반면 경쟁사의 구매 부품은 공제하지 않았고 경쟁사의 모뎀칩을 사용하면 △ 0.75%포인트의 로열티를 추가로 받거나 △ 더 높은 로열티 부과 상한금액을 설정했다.
퀄컴은 또한 2000년 7월부터 삼성전자, LG전자 등에 CDMA 모뎀칩과 RF칩의 수요량 대부분을 자사에서 구매하는 조건으로 분기당 수백만달러의 리베이트를 제공해 부당하게 경쟁사업자를 배제한 혐의도 적용됐다.
또한 조건부 리베이트 행위에 대해서도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에 대해 사실상의 구속력으로 작용하고 있어서 ‘거래상대방이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이에 대한 과징금 납부명령도 정당하다고 봤다.
다만 시정명령의 경우 자사에서 구매한 부품 가격은 공제하지만 경쟁사의 구매 부품은 공제하지 않는 식으로 차별적 로열티를 부과한 부분은 공정거래법상 위법행위가 아니라며 이 부분을 취소하고 나머지 시정명령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공정위가 퀄컴 외 한국퀄컴, 퀄컴CDMA테크놀로지코리아(QCTK)에 대해 부과했던 시정명령은 한국퀄컴, QCTK가 퀄컴과 달리 독자적으로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취소했다.
대법원은 일단 퀄컴 등에 대한 공정위 시정명령의 경우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다만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처분 중 일부 RF칩과 관련된 조건부 리베이트는 시장봉쇄 효과가 없어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니라며 RF칩 조건부 리베이트 과징금 전부를 취소했다.
원심은 이 기간 중 퀄컴이 LG전자에 RF칩 리베이트를 제공해 LG전자에 대한 공급을 독점하는 것만으로도 국내 CDMA2000 방식 RF칩 시장에서 최소 40% 이상의 시장봉쇄 효과가 발생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LG전자의 2006~2008년 국내 CDMA2000 방식 휴대폰 판매시장 점유율은 21.6% 내지 25.9%에 불과했고 이 기간 삼성전자의 비(非) 퀄컴 RF칩 사용 비율이 증가했다”며 “퀄컴의 국내 CDMA2000 방식 RF칩 시장점유율은 2002년 91.4%에서 2004년 77.1%로 대폭 하락했고 2006년 83.5%, 2007년 71.5%, 2008년 71.2%로 계속 상당폭 하락 추세였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이 RF칩 조건부 리베이트 과징금 전부를 취소한 이유는 하나의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납부명령은 재량행위로 전부 취소돼야 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퀄컴에 대한 과징금을 산정하면서 차별적 로열티 부과와 CDMA 모뎀칩 및 RF칩에 대한 조건부 리베이트 제공 행위에 대해 전체적으로 하나의 과징금(2732억원)을 부과했다. 때문에 최소돼야 할 RF칩 조건부 리베이트 과징금 전부가 얼마인지는 별도로 산정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