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중소기업인 A사는 한때 우수벤처기업으로 선정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은 회사였다. 하지만 금융회사로부터 대출받은 전환사채 보증 연장이 거부돼 부도처리가 됐다. 이 회사 채권을 넘겨받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A사가 채무 상환 의지가 분명한 점, A사의 연대보증인이 지닌 기술력이 뛰어난 점을 고려해 채무조정 지원을 결정했다.
캠코는 A사가 보유한 빚 55억원에서 원금 80%(44억원)를 감면해 11억원을 부담토록 했다. 또 A사 대표와 배우자가 거주 중인 아파트를 팔아 선납금 50%(5억5000만원)를 상환토록 하고, 나머지 5억5000만원은 10년 분납을 결정했다. A사는 현재 성실 상환하며 과거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B씨는 배우자 도박 등으로 생활이 어려워져 금융회사에서 총 2억7200만원을 빌렸지만, 이혼 이후 생계에 허덕이며 빚을 갚지 못했다. 캠코는 B씨의 채무부담 원금 80%(2억1800만원)를 감면했고 B씨는 나머지 4600만원을 전액 상환해 정상적으로 경제활동에 복귀했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캠코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2019년~2023년 8월)간 캠코가 무담보채권을 채무조정한 금액은 914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채무 원금에서 감면한 금액으로, 원금 기준으로는 1조6843억원을 지원했다. 10만9000명(법인 포함)의 원금을 평균 54.3% 감면했다.
| (자료=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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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코는 금융회사로부터 부실채권을 인수하면, 상환 의지가 있는 채무자(차주)를 선별해 채무조정을 지원한다. 담보물이 없는 채권의 경우 재산회수 가능 여부를 먼저 조사한 뒤 재산이 없는 경우 채무를 30~60% 감면해주고, 최대 10년간 상환토록 해 차주가 정상적으로 경제활동에 복귀하도록 돕는다.
특히 재산이 전혀 없는데 소득이 ‘회생 생계비’보다 낮은 경우, 즉 소득으로 최저 생계를 위한 비용과 빚 상환에 필요한 금액을 부담하기 어려운 경우엔 ‘탄력적 추가 감면’을 지원한다. 최대 30%포인트를 적용해 원금의 최대 90%를 감면하는 제도다. A사와 B씨도 이 제도 덕에 재기가 가능했다.
캠코가 최근 5년간 부담보채권에 대해 회수한 금액은 1조2103억원으로 집계됐다. 윤창현 의원은 “채무조정을 통해 줄여갚기, 나눠갚기 등 회수되는 만큼 캠코는 신규 무담보채권 매입 여력이 생긴다”며 “캠코는 정상 경제활동 복귀 지원을 위해 관련 제도를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안내해 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캠코는 부실차주에 대한 원금 감면 등 채무조정 지원이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로 이어지지 않도록 채무조정심의위원회를 거쳐 경제활동 재기가 가능한 차주를 선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령, 연체기간, 소득 등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감안한 종합 채무조정지수를 산출해 원금 감면율을 차등 적용한다. 고령자와 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 등엔 탄력적 추가 감면 제도와 별도로 최대 90%를 감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