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어 SK도 '초격차' D램 장착…불황 넘어 'AI 시장' 정조준

SK하이닉스, 인텔과 '1b DDR5' 호환성 검증 진행
DDR5 중 최고속도 구현…전제품比 전력소모 20%↓
"개발·양산 속도만큼 주요 고객사와의 협업 중요"
하반기 메모리 업턴…삼성과 AI시장 경쟁 본격화
  • 등록 2023-05-30 오후 3:56:26

    수정 2023-05-30 오후 7:23:24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에 이어 10나노(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 기반 5세대(1b) D램 경쟁에 뛰어든다. 특히 서버용 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인텔과의 협력에도 속도를 내며 점차 커지는 인공지능(AI)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초격차 기술’ 개발을 본격화한 가운데 이르면 올해 하반기 메모리반도체 업황 반등과 동시에 AI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1b DDR5 서버용 64기가바이트 D램 모듈. (사진=SK하이닉스)
“1a 이어 1b 제품도 ‘서버 강자’ 인텔과 ‘최초 검증’”

SK하이닉스(000660)는 현존 D램 중 가장 미세화된 10나노급 5세대(1b)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이 기술이 적용된 서버용 DDR5를 인텔에 제공해 ‘인텔 데이터센터 메모리 인증 프로그램’ 검증 절차에 돌입했다고 30일 공식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인텔의 서버용 플랫폼인 ‘제온 스케일러블 플랫폼’에 사용되는 메모리 제품의 호환성을 공식 인증하는 것으로, 향후 검증이 끝나면 공급 절차를 밟는다. 인텔 데이터센터 검증을 시작하는 건 SK하이닉스가 업계 최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체 간 기술력 격차가 줄어 제품을 가장 먼저 개발, 양산하는 것보다 고객사와 협업을 얼마나 신속히 하는지도 중요하다”며 “인텔이 서버용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꼽히는 만큼 인텔을 빼고 공급할 순 없기에 이번 협업 자체가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해석했다. 글로벌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인텔은 80% 수준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인텔에 제공된 DDR5 제품은 동작속도가 6.4Gbps(초당 6.4기가비트)이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DDR5 중 최고 속도이다. 이는 DDR5 초창기 시제품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33% 향상시켰다. 또 회사는 이번 1b DDR5에 ‘HKMG(High-K Metal Gate)’ 공정을 적용해 1a DDR5 대비 전력 소모를 20% 이상 줄였다.

김종환 SK하이닉스 부사장 DRAM개발담당은 “이번 제품에 앞서 지난 1월 10나노급 4세대(1a) DDR5 서버용 D램을 4세대 인텔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에 적용해 업계 최초로 인증 받았다”며 “1b DDR5 제품 검증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업계 최선단 12나노급 16Gb(기가비트) DDR5 D램을 개발해 양산했다고 밝혔다. (사진=삼성전자)
“내년 메모리 업턴” 삼성·마이크론과 성능 경쟁 치열

SK하이닉스 발표에 앞서 삼성전자도 지난 18일 세계 최초로 5세대 10나노급 공정의 DDR5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전 세대 제품보다 소비 전력이 약 23% 개선됐고 최고 동작 속도 7.2Gbps를 지원한다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해당 제품은 지난해 AMD 플랫폼 기반 호환성 검증을 마쳤다. 업계에선 삼성전자 역시 인텔과의 호환성 검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D램 등 메모리 시장은 업황 하락으로 불황이지만 내년 반등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호황 속 DDR5 채용 비중이 더욱 늘어날 것에 발맞춰 메모리 제조업체들이 최선단 제품을 앞세워 기술경쟁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메모리 시장은 2024년부터 다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022~2027년 D램 시장 연평균성장률은 4.4%로 전망되며 2025년 메모리시장은 무려 49.1%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그중에서도 DDR5는 고성능 메모리 수요에 발맞춰 매년 출하량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DDR5 점유율이 지난해 3%에서 올해 12%, 내년에는 27%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7년에는 52%로 절반을 넘어설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 시장 반등에 대비해 메모리 제조업체들이 차세대 반도체 양산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며 “AI 시장 수요에 맞춰 고성능·고용량 등 기술이 시장 선점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종환 부사장도 “당사는 1b 양산 등 업계 최고 수준의 D램 경쟁력을 바탕으로 하반기 실적 개선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에는 최선단 1b 공정을 LPDDR5T, HBM3E로도 확대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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