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학생들에게 ‘동덕여대 시위’를 주제로 인터뷰를 요청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대개 부정적이다. 이데일리 1318 뉴스 채널 하이니티는 11일부터 18일까지 총 16명의 고등학생과 인터뷰했다. 하지만 촬영물을 게재할 수 없었다. 학생들이 영상 공개를 뒤늦게 거절했기 때문이다. 왜 이 학생들은 인터뷰를 하고 나서 영상 게재는 거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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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속에서 소외되는 10대 학생들
이렇듯 논쟁이 과열된 상황에서, 이제는 이 문제를 ‘갈등’으로만 보아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대 시위는 ‘젠더 갈등’만의 문제도 아니거니와, 그렇다고 동덕여대 내부 사람들만의 ‘학내 갈등’ 문제라고만 볼 수도 없다. 중요한 당사자의 목소리가 묻혔다.
“여대는 ‘재외국민 전형’ 같은 느낌이에요”
막 재수를 끝낸 남성 A씨(19세)는 역차별에 대해 논할 때 흔히 언급되는 ‘약대, 로스쿨 등 전문 분야의 여대 TO’ 문제보다, 여학생들만 갈 수 있는 서울권 대학이 더 많은 것에 차별을 느꼈다고 한다. “재외국민 전형으로 대학을 간 친구는 공부를 적게 하고도 더 상향인 대학교에 지원할 수 있었다”라며 “여대도 이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인서울’ 대학을 둘러싼 학벌주의와 지역 격차라고 할지라도, 당장 입시의 최전선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여대의 존재 자체가 역차별’이라고 느껴지는 이유다. A군에게 여대가 공학으로 전환되면 지원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A군은 “저처럼 성적이 애매하다면 서울권에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이 많아지는 것”이라며 지원 의사를 밝혔다.
“여자끼리 편하게 다니고 싶을 수 있잖아요”
하이니티는 ‘왜 여학생들만이 여대를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하이니티가 만난 동덕여대 재학생 B씨는 “여대는 여성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목소리 낼 수 있는 공간으로서 여전히 존재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논하고, 교육청이 성평등 도서를 폐기하는 시점에서, 이들에게 여대는 자유롭게 여성학을 공부하고 논의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고 한다. ‘여대를 지켜야 한다’는 명목하에 동덕여대부터 다른 여대로까지 연대가 이어지는 이유이다.
의사 표출 단계 넘어 미래를 위한 논의 필요
17일 오후 인터뷰로 만난 동덕여대와 연대하고 있다고 밝힌 서울여대 재학생 C씨는 새내기 대학생에게 양해를 구했다. C씨는 “저희가 지금 하는 일은 나중에 들어올 후배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동덕여대 사태를 계기로 불거진 ‘여대 위기론’에 관해 묻자 “해결을 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의사 표출 단계에만 머무르는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전문가들은 동덕여대 사태를 계기로 여대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양정환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여대가 스스로 어떤 가치를 지키고 어떤 형태로 특성화할 수 있을지 결론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자대학총장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하이니티에 ‘현재 여대들이 대부분 각자의 학내 상황으로 경황이 없어 함께 모여 논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여대 관련 관계자들이 오는 12월에나 어렵게 회의 일정을 잡았다고 한다. 회의에서 논의할 안건에 대해서는 “각 학교 내 상황을 공유하며 공감대를 갖고 논의가 확장될 것으로 예상되나, 아직 논의 안건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