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KDB생명을 인수할 유력 후보로 떠오르면서, 생명보험업계의 지각 변동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생보업계는 시장 규모에 비해 생보사 숫자가 많아 ‘포화상태’인 만큼, 남은 매물들 역시 M&A(인수·합병)를 통한 시장 재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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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은행 강화’ 나선 하나금융…생보업 본격 ‘드라이브’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KDB생명 매각 본입찰 결과 하나금융지주가 단독으로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파운틴헤드PE(프라이빗에쿼티), WWG자산운용, 캑터스PE 등이 관심을 드러냈으나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KDB생명의 매각 절차가 시작된 이래 본입찰 전까지 금융지주사의 인수전 참여 여부는 뜨거운 감자였다. 그도 그럴 것이 금융지주사가 참전한다면 자금력이나 자산 운용의 능력과 효율,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 가능성 등 거의 모든 면에서 강력한 인수 후보가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었다.
IB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관심을 드러냈던 PE들의 본입찰 불참에 대해 “금융지주사와의 출자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본입찰 참여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예상과 달리 손실이 나는 방향으로 갔을 때를 대비해 (출자자에게 재매각하는 방향 등) 혹시나 모를 보장을 받고 싶은 부분도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그룹이 KDB생명 인수에 성공해 하나생명과 합병한다면, 하나생명은 자산 기준 8위권 생보사로 도약하게 된다. 하나금융지주는 10일 “당사는 비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현재 KDB생명에 대한 비구속적 투자의향서를 제출하였으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시장 재편 움직임 가시화…한투금융그룹, 새 인수 후보로
하나금융그룹이 KDB생명을 인수한다면, 시장에 남은 대형 생보사 매물은 동양생명과 ABL생명 등이다. 지난해 말 기준 동양생명의 자산은 37조4202억원, ABL생명의 자산은 19조원3678억원이다. 현재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KDB생명의 자산은 20조4117억원 수준이다.
다만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매각 추진 주체는 모두 중국 금융당국인 은행보험관리위원회가 설립한 다자보험그룹(옛 안방보험그룹)이다. 다자보험그룹은 중국보험보장기금이 대부분의 지분을 가진 사실상의 중국 정부 소유 기업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매각 주체인 다자보험그룹이 사실상 중국 정부 산하에 있는 만큼, 매각을 위한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주 매물로 거론되는 것에 비해 매각이 쉽게 이뤄지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은행업 중심의 금융지주사 외에는 증권업 중심의 한국투자금융그룹이 보험업 진출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생보업계를 뒤흔들 새로운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실제로 ABL생명과 KDB생명 인수에도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증권업 중심의 한국투자금융그룹의 보험업 진출은 상징하는 바가 큰 만큼, 손해보험사보다는 자산 규모가 큰 생보사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 중심의 메리츠금융지주 역시 메리츠화재라는 보험 계열사를 두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보험업 진출에 관심을 가지는 데에는 메리츠그룹의 성장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