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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SVB가 무너진 것과 같은 이유로 몇년 안에 많은 중소 은행들이 추가로 파산하거나 다른 은행에 인수될 수 있으며 이는 신용경색과 같은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통상적인 의미의 금융위기는 아니지만 최종 결과는 같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수십년 동안 세계 경제를 강타한 금융 위기가 빠르고 급격하게 진행됐다면, 이번에는 슬로모션(Slow-Motion·느린 움직임) 위기라는 다른 양상의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번 미 중소 은행들의 위기도 연준이 가파르게 기준 금리를 인상하면서 촉발됐다. 은행들은 2008년부터 2021년까지 이어진 제로금리 시기에 미 국채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채권 보유량을 늘렸으나, 금리 상승으로 채권 가치가 급락하자 유동성 위기에 노출됐다.
아미트 세루 스탠퍼드대 재무학과 교수 등은 금리인상 여파로 SVB보다 더 큰 자산가치 손실률을 기록한 미국 은행은 전체의 11%, 500여곳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온라인 뱅킹의 대중화도 은행 위기 우려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연방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인터넷·모바일뱅킹을 이용하는 은행 고객의 비율은 2017년 52%에서 2021년 약 66%로 급증했다. 불안 심리가 확산될 경우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이 벌어질 수 있다. 이번 SVB의 초고속 붕괴가 이를 증명했다.
다만, 지금은 과거만큼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고 WSJ은 덧붙였다. 과거 금융위기 때는 금리보다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더 크게 작용했는데, 현재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이 이전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S&P 글로벌 분석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 은행들이 보유한 증권 중 연방정부의 보증을 받는 안전 자산은 86%로 2008년 71%에 비해 비중이 크게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