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추락한 보잉의 구원수될까…투자등급 유지 '과제'

보잉 혁신할 외부 인사 영입
당면 과제 산적해 있어
보잉 8분기 연속 적자 기록
보잉 회사채 등급 하락 ''위기''
  • 등록 2024-08-01 오후 3:20:24

    수정 2024-08-01 오후 3:20:24

보잉의 새 최고경영자로 선임된 켈리 오토버그 (사진=보잉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잇따른 품질 결함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이 31일(현지시간) 구원투수를 데려왔다. 항공전자 시스템·객실 정비제조사인 록웰 콜린스(현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의 전 대표였던 켈리 오트버그이다. 오트버그 신임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취임 즉시 보잉의 경영 재건을 궤도에 올리고 투자등급을 유지해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보잉은 31일(현지시간) 데이비드 칼훈 CEO를 대신해 오는 8월 8일부터 오트버그가 보잉의 새 수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트버그는 성명을 통해 “상징적인 회사에 합류하게 돼 매우 영광”이라며 “보잉은 산업의 리더이자 개척자로서 엄청난 역사가 있다. 17만 명이 넘는 보잉의 직원과 협력해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전통을 이어가고자 한다”고 했다.

업계에서 ‘켈리’라는 이름으로 더욱 잘 알려진 오트버그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2013년부터 록웰 콜린스 CEO로 일했다. 록웰 콜린스는 2018년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에 인수돼, 군수업체 레이시온과 합병을 해 현재 RTX가 됐는데 록웰 콜린스는 이 과정에서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로 바뀌었다. 오토버그는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 CEO로 일하다가 2020년 2월 돌연 은퇴했다. 유능한 딜메이커로 월가에서 명성을 쌓았으며 항공사 및 미국 국방부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한다.

스티븐 몰렌코프 보잉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는 지난 몇 달간 차기 CEO 선임을 위해 철저하고 광범위한 탐색 과정을 거쳐왔다”며 “켈리는 업계에서 존경받고 있는 경험 많은 리더로 강력한 팀을 구축하고 고도의 기계공학 제조업체를 이끌면서 명성을 쌓아온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포춘에 따르면, 몇 달에 걸친 보잉의 새 CEO 물색 과정에서 보잉 이사회는 보잉을 혁신할 외부인사를 고집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보잉 출신으로 현재 스피릿에어로시스템즈를 이끌고 있는 팻 셰너핸 CEO, 상업기 부문 책임자이자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스테파티 포프 등이 거론됐으나 결국 후보망에서 탈락했다.

오토버그 앞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당장 국제기계공항공우주노조(IAM)와의 임박한 노사 갈등에 대처해야 한다. 포춘은 “보잉이 어떤 선택을 하던 IAM은 일단 파업을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멈춰진 경영 재건 움직임을 다시 궤도에 돌려놓을 필요도 있다. 보잉은 지난 9일 2018년과 2019년 여객기 추락사고와 관련해 미국 법무부가 제시한 요구조건을 받아 들여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을 내기로 했다. 이는 지난 1월 초 알래스카 항공이 운항하는 737 맥스의 창문과 벽체 일부가 뜯겨나가는 사고가 일어난 것에 따른 것이다. 당초 보잉은 2018년, 2019년 여객기 추락사고와 관련해 형사기소를 피하기 위해 미국 법무부와 기소유예협정을 체결했는데, 협정완료를 이틀 앞두고 다시 ‘기체품질사고’가 발생하면서 기소를 피할 수 없게 됐다. 2억 4300만달러의 벌금을 추가 납부해야 하는데다, 유죄가 인정되면 정부 방위산업 참여도 어려워진다. 무엇보다 3년간의 재건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보잉은 이날 새 CEO를 발표하기에 앞서 4~6월 실적을 발표했다. 14억 3900만달러 적자로 8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월 사고로 생산이 원활하지 않다. 보잉은 올해 소형기 ‘737맥스’를 월 38기씩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4~6월 상용기 납품은 전년동기 대비 약 32% 감소한 92기에 머물렀다. 납품이 멈췄는데 비용은 여전하면서 4~6월 영업현금흐름은 39억 2300만달러 적자가 됐다. 잉여현금흐름은 43억 2700만달러 적자로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1~3월(39억 2900만달러)와 비교해서도 적자 폭이 커졌다.

적자폭이 커지고, 현금흐름이 악화하면서 투자등급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브라이언 웨스트 보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 “투자 적격 유지가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현재 보잉의 회사채 등급은 피치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BBB-’, 무디스는 ‘Baa2’이다. 한 등급만 미끄러져도 ‘투자 부적격’으로 분류된다. ‘정크채’가 되는 것이다.

투자 부적격 기업이 되면 금융비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미 인터컨티넨탈 거래소 (ICE)가 산출하는 지수에 따르면 투자 부적격인 ‘더블 B’의 미국 회사채의 평균 수익률은 7월 29일 시점에서 5.98%로 ‘트리플 B’격에 비해 0.5% 포인트 이상 높다. 미국 BofA시큐리티즈에 따르면 보잉의 회사채 잔존액은 액면가로 458억달러로, GM이 2005년 투자 부적격으로 분류됐을 416억달러를 웃돌며 과거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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