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팹리스(반도체설계전문) 사업부 물적분할로 소액주주들과 갈등을 빚은
DB하이텍(000990)이 이번에는 제3자 신주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이슈에 휘말렸다. 최근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행동주의펀드 KCGI가 DB하이텍의 2대 주주에 올라서자, DB하이텍이 경영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대비에 나서고 있다는 설이 시장에 돈다. 그러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목적이 상법상 제한되고 DB하이텍의 재무구조도 탄탄해 유상증자 현실 가능성은 작다는 반박도 제기된다.
| DB하이텍 부천캠퍼스. (사진=DB하이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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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DB하이텍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계획이 있는지 확인해달라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소액주주연대는 “시장에서 회사 경영진이 신주를 발행해 제3자에게 배정하는 방법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해 기존 지배주주의 경영권을 방어할 것이라는 설이 있다”며 “이는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명백히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DB하이텍에서 경영권 이슈가 불거진 건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가 DB하이텍의 지분 7.05%를 매입해 2대 주주에 오르면서다. KCGI는 임원 선임, 분할 및 합병 등 회사 경영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라고 지분 확보 목적을 설명했다. DB하이텍의 최대주주 관련 지분율은 17.78%로 KCGI와의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상목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DB하이텍의 유상증자 추진과 관련해 믿을 만한 정보가 있었기에 내용증명을 보낸 것”이라며 “제3자 배정 방식은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저해하는 행위인 만큼, 주주와의 충분한 소통을 DB하이텍에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업계에선 유상증자 가능성 자체가 크지 않다고 본다. 상법과 회사 정관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신기술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으로 목적이 제한되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사용하기에는 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신기술 도입 등을 고려하면 유상증자 필요성이 없는 건 아니다. DB하이텍은 기존 8인치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에서 12인치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위해 기술 도입 및 시설 투자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구체적인 투자 로드맵은 아직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DB하이텍은 큰 사업 방향은 세웠지만 구체적 투자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며 “회사가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하진 않다”고 언급했다.
재무구조도 건전하다. 부채비율은 29.5%에 불과하다. 적정 부채비율은 100~150%이고, 낮을수록 부채 위험이 적다는 의미다. 아울러 DB하이텍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기타금융자산 등 최장 1년 내 현금화 가능한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약 9583억원이다. 작년 매출액의 57% 수준으로 적지 않은 규모다. 현금이 많은 점도 유상증자 필요성이 적은 이유로 꼽힌다.
DB하이텍은 유상증자에 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