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수요가 늘어나자 발행사들이 수요 확보를 위해 ‘월 이자 지급’ 조건을 더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높은 금리 수준에 월 이자까지 받을 수 있어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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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CJ CGV(079160)(A-)는 3년 만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섰다. CJ CGV는 2년 단일물 총 2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10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KDB산업은행이 인수단으로 참여해 1000억원을 인수하기로 해 목표액 채우기에 성공한 셈이다.
기관투자가의 북클로징(회계장부 마감) 기간으로 수요를 모으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CJ CGV는 성공적인 수요예측을 위해 공모 구조에 공을 들였다. 크레딧업계에서는 높은 금리 수준(조달 금리 7.20%)과 더불어 월 이자 지급 조건을 추가한 점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증권사 채권발행시장(DCM) 관계자는 “발행 시점을 고려했을 때 고금리만 내세워 리테일 수요를 모아야 하다보니 월 이자 지급 구조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월 이자 지급 조건이 붙은 공모채는 지난해부터 발행되기 시작했다. 주로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에 한해 해당 조건이 추가됐으며, 올해 들어서는 기관들이 투자를 꺼려 리테일 수요를 모아야 하는 일반 회사채에도 월 이자 지급 조건이 붙는 모습이다.
올해에는 △우리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대구은행 신종자본증권 △롯데손해보험 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이 월 이자 지급 조건을 내세워 채권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섰다. 모두 리테일 시장에서 인기를 끌어 수요예측에서 공모액을 뛰어넘는 규모의 자금이 몰린 바 있다.
일반 회사채에서는 지난 9월 삼척블루파워(A+)가 같은 조건을 덧붙였다. 삼척블루파워는 반(反)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업으로 낙인돼 자본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 당시 205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단 240억원의 매수 주문만 들어왔다. 하지만 이후 6개 주관사가 미매각 물량을 인수해 월 이표채 구조로 발행했고, 리테일 시장을 통해 완판에 성공했다. 7%대 고금리 채권인 데다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주로 영위하기 때문에 부도 위험도 크지 않다는 게 입소문이 나면서다.
다만 월 이자 지급 조건은 현재와 같은 금리 수준에서만 유효한 수요 확보 전략이라는 의견도 있다. 높아진 금리 상황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저변이 채권시장까지 확장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소외됐던 A급 이하 종목들이 리테일 덕분에 미매각을 피하는 케이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다시 금리가 내려가고 주식 시장이 활황세를 보인다면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투자가 지속될 수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