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방송은 12일(현지시간) “중국의 이커머스 업체 쉬인이 10파운드(약 1만 8000원)짜리 드레스를 꾸준히 판매할 수 있는 비결은 일주일에 75시간 동안 재봉틀 앞에 앉아 있는 노동력 덕분”이라며 “중국에서든 광저우에서든 이는 드문 일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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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는 최근 광저우 내 공장 10곳을 방문해 4명의 소유주 및 20명 이상의 근로자와 인터뷰를 가지는 등 심층 취재를 진행했다. 쉬인이 불과 5년 만에 글로벌 대기업으로 급성장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쉬인이 영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 노동 착취 논란에 휩싸여 있다는 점 등도 영향을 미쳤다. 회사의 경영 방식이나 수익 구조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쉬인의 기업가치는 약 360억파운드로 추산된다. 매출은 H&M, 자라, 프리마크 등을 넘어섰다.
시장에선 공격적인 마케팅도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할인을 포함한 저렴한 가격과 물량 공세가 쉬인의 가장 큰 성장동력이라고 분석한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소위 ‘사람을 갈아넣었기 때문’이라고 BBC는 결론지었다.
장시성의 한 공장에서 근무하는 49세 여성은 “우리는 보통 하루에 10시간, 11시간, 12시간 단위로 일하고, 일요일에는 3시간 정도 덜 일한다”고 말했다. 40년 이상 한 공장에서 일했다는 또다른 여성은 식사 시간이 20분이라고 했다.
근로자에 대한 부당한 처우가 가능한 이유는 인력 공급이 수요보다 많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급여도 넉넉하게 받을 수 없다. 대체 인력을 쉽게 구할 수 있어 불만을 제기하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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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는 정규직과 임시직으로 나뉘는데, 특정 상품에 대한 주문이 급증했을 때 임시 인력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공장들은 대응하고 있다. 골목마다 비치된 구인 게시판에서 임시직 채용 공고를 보고 근로자들이 찾아가는 방식이다. BBC는 “이것이 쉬인의 공급망”이라며 “모든 공장들은 주문에 따라 의류를 생산할 수 있도록 쉬인과 계약돼 있다”고 부연했다.
급여는 정규직은 초과 근무를 제외한 기본 임금이 2400위안(약 48만원)이다. 아시아 최저임금연합이 생계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정한 6512위안(약 130만 2000원)을 한참 밑도는 금액이다. BBC가 인터뷰한 근로자들은 한 달에 4000~1만위안(약 80만~200만원)을 벌고 있었는데, 이는 초과 근무를 했기 때문이다.
아동 노동력 착취 논란도 일고 있다. 쉬인은 지난해 일부 공장에서 아이들을 고용한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이외에도 신장은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면화를 공급받아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쉬인이 기업공개(IPO)에 성공할 경우 ‘괜찮은 회사’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에 노동 착취나 부당한 처우 등이 정당화할 우려가 있다고 BBC는 지적했다.
쉬인은 BBC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으나 성명을 통해 “우리는 공급망 내 모든 근로자의 공정하고 존엄한 대우를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거버넌스와 규정 준수를 강화하기 위해 수천만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 “우리는 최고 수준의 급여 기준을 설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모든 공급망 파트너에도 우리의 행동 강령을 준수할 것을 요구한다. 감사인과도 협력해 규정 준수를 보장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