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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유차 운전자에게는 ‘남의 일’입니다. 경유차를 살 땐 분명히 경유가 휘발유보다 통상 ℓ당 200원 가량 싸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요샌 경유값이 더 비싸진 것을 넘어 그 차이가 200원 이상으로 벌어졌습니다. 이날 오후 현재 경유값은 ℓ당 1809.34원으로 휘발유값보다 230.6원이나 비쌉니다.
그러나 세금을 법정 한도인 37%까지 낮춰주다 보니 그 격차가 줄었습니다. 휘발유는 세금이 304원, 경유는 212원 줄었습니다. 역설적으로 휘발유 대비 경유 가격이 92원 비싸진 겁니다. 경유가 지금껏 누렸던 혜택을 덜 받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네요.
이것만으론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200원 이상 비싼 현 상황을 설명하기엔 부족합니다. 올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선박 환경 규제도 단기적으로 경유 수요를 늘리고 있습니다. 선박은 전 세계적 환경 규제로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 등 친환경 연료 선박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장기 계획입니다. 당장은 중유(벙커C유) 선박에 경유를 섞어 황 함유량을 낮추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겨울철을 앞두고 전 세계적으로 난방용 디젤 수요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급은 줄었는데 수요 증가 요인이 하나 둘 늘어나니 국제 유가 하락에도 경유 가격만은 내릴 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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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경유에 추가 세제 혜택을 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원유 수입 관세를 낮추거나, 이전처럼 화물차 같은 생계형 경유차 운전자에 대해선 ℓ당 1850원 초과액의 50%를 보조해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당장은 경유값이 내리기 어렵다고 보고 대비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을 끝내지 않는 한 당장은 경유 수요-공급을 맞출 수 없습니다. 장기적으로도 탈(脫) 경유라는 세계적인 추세 속에서 경유에 대한 특혜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일시적 오르내림은 있겠지만 경유는 시장에서 조금씩 배제되고 전기·수소가 이를 대체할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경유차를 모는 운전자 개개인으로선 앞으로도 경유값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 아래 해법을 모색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연비 운전하고, 불필요한 운행을 줄이고, 자동차 교체 시점이라면 경유차를 배제해야 할 겁니다.
다만, 정부가 신경 써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한국 산업의 핏줄인 화물 부문은 당장 경유를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빠른 친환경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중장기 노력과 함께 단기적인 대책도 필요합니다. 화물연대 총파업은 겨우 끝났지만 이들을 파업으로 내몬 근본 원인인 연료비, 경유값 부담은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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