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에…올해 달러보험 1조원 뭉칫돈 몰렸다

내년 원·달러 환율 1500원 전망에…4대 시중銀 판매액 9639억원
지난해 대비 70% 이상 증가해…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 우려 커
"기본 환테크 상품 아닌 보험상품…섣부른 묻지마 투자는 위험"
  • 등록 2024-12-30 오후 6:17:29

    수정 2024-12-30 오후 6:59:30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올해 달러보험에 1조원에 가까운 뭉칫돈이 몰렸다. ‘트럼프발(發) 강달러’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달러보험이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은 결과다. 달러보험은 보험료를 달러로 내고, 보험금도 달러로 받는 상품이다. 전문가들은 달러보험에 대해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로 섣부른 ‘묻지마 투자’는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올 들어 이달 26일까지 달러보험 판매액은 9639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연간 판매액(5679억원)과 비교하면 70%가량 증가한 것이다. 판매 건수도 같은 기간 4877건에서 7082건으로 늘었다.

달러보험이 인기를 끄는 것은 최근의 강달러 현상 때문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300원대였던 원·달러환율은 최근 1500원선에 근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관세장벽을 높이겠다고 예고한 데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내년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방침을 시사한 뒤 달러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계엄·탄핵 등 국내 정국 혼란까지 겹치면서 내년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실제로 원화 환율은 지난 27일 장중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1480원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달러보험은 일반 보험과 마찬가지로 연금보험과 저축보험, 종신보험 등 종류가 다양하다. 보통 5년·10년 확정 금리 상품이다. 외화 예금보다 이율이 높은 편인 데다 강달러가 이어지면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채권으로 운용되는 상품은 금리인하 시기엔 중도 해지하더라도 환급률이 오를 수 있다. 또 보험금 수령 시점의 환차익에 대해선 과세를 하지 않아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다만 올해 들어 달러보험 가입이 크게 늘긴 했지만 환율 변동 리스크 등이 있는 만큼 소비자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환율 변동에 유의해야 한다. 환율이 상승하면 내야 할 보험료가 늘어나고 환율이 하락하면 받아야 할 보험금이 감소할 수 있어서다. 예컨대 월 700달러씩 내는 달러보험에 가입했다면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일 때 월 91만원이던 보험료가 환율이 1400원이 되면 98만원으로 오른다. 반대로 보험금 3억 9000만원(30만 달러·환율 1300원 기준)도 수령 시점에 환율이 달러당 1000원대로 하락하면 3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 납입 기간이 긴 만큼 환율 변동에도 오래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PB센터장은 “원화를 달러로 바꿔 가입하는 보험인데 환율이 1500원에 가까운 상황에선 이미 달러를 보유한 사람이 아니라면 부담일 수 있다”며 “중도 해지 시 차액은 과세가 된다는 점과 (보험금 수령 시점에)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두 가지를 가장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충분한 달러를 가지고 있으면서 10년까지 확정 금리를 가지고 갈 수 있는 사람이 가입하는 게 가장 안정적”이라고 덧붙였다. 기본적으로 환테크 상품이 아닌 보험상품인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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