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벌어진 고려아연 지분 격차…이제부턴 의결권 확보 경쟁

고려아연 유상증자 철회 가닥…의결권 확보에 사활
국민연금·기관투자자·소액주주 등 14% 지분 겨냥
"장기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고려해달라"
임시주총 결정되면 양측 치열한 전략싸움 예상
  • 등록 2024-11-12 오후 3:39:07

    수정 2024-11-12 오후 3:39:07

[이데일리 마켓in 권소현 기자] 고려아연(010130)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철회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가운데 영풍·MBK 연합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의결권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장내 매수를 통해 보유 지분을 확대했지만, 최 회장 측은 남은 주주와 투자자들을 설득해 의결권을 위임받으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지분인수를 위해 설립한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지난달 18일부터 전날까지 고려아연 28만여주(1.36%)를 장내에서 매수했다. 이에 따라 영풍과 MBK 연합 측 지분율은 총 39.83%로 늘었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로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면 지분율은 44.19%로 올라간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최근 결의한 유상증자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면서 지분율 늘리기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여기에 우군으로 꼽혔던 한국투자증권이 보유 지분 0.8%를 전량 매도하면서 우호지분 이탈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자사주 소각 후 기준으로 최 회장 측 지분은 38%로 추정된다. 공개매수 이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활용할 경우 지분율은 41%로 올라간다.

유상증자가 물건너간 만큼 최 회장 측은 의결권 위임을 받는데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영풍과 MB 측이 법원에 제기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가 인용되면 이르면 다음달, 늦어도 내년 1월이면 임시 주총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영풍 연합 측이 추천한 14명의 신규 이사가 임시 주총에서 선임될 경우 이사회 장악을 통해 고려아연 경영권을 쥐게 된다.

최 회장 측은 국민연금을 비롯해 국내외 기관투자자, 소액주주 등으로부터 표심을 얻는다면 해볼 만하다고 보고 있다. 자사주 소각 이후를 기준으로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 소액주주 보유 지분은 14.7% 수준으로 파악된다.

결국 이들이 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경영 능력과 비전에 손을 들어줄지 영풍과 MBK가 주장하는 거버넌스에 가산점을 줄지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측은 표 대결에서 투자자들이 당장의 투자수익 회수 보다는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과 비전, 향후 사업협력의 필요성을 고려해 의결권 행사를 결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가 끝나자마자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있었지만, 영풍의 경우 석포제련소 조업정지 60일 확정 판결에 이어 최근 점검에서 추가 위반사항이 적발되면서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상태다. MBK는 과학기술공제회, 노란우산공제회 등 주요 연기금 위탁운용사 선정에서 잇달아 탈락하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개입의 여파를 실감하고 있다.

올해 3월 열린 고려아연의 주주총회에서도 당장의 배당금 수익 확대보다는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 경영진의 손을 들어주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당시 고려아연 이사회는 1주당 5000원의 결산 배당을 의결했고, 영풍은 1주당 1만 원의 안건을 올렸다. 결국 고려아연 이사회 원안이 62.74%의 찬성을 받아 통과했다. 당시 영풍 측 지분이 약 32%가량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영풍 측을 제외한 대부분 주주가 단기 배당금 확대보다는 향후 기업 가치 제고에 손을 들어줬던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국민연금 역시 고려아연 측의 안건에 모두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기 투자 수익이 기준이 되는 공개매수와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더욱 중점적으로 따지는 주주총회 표 대결은 양상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그간 MBK가 공개매수 제도를 노련하게 활용해 선방했지만 이제 남아 있는 주주들의 경우 단기 이익보다는 고려아연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따지는 투자자이거나 사업 협력이 필요한 이들만 남았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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