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미국 금융당국이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자산을 분리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출자산 인수엔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로 꼽히는 블랙스톤을 포함해 사모펀드 업계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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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SVB의 특정 사업부와 자산을 분리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0일 SVB가 파산한 이후 FDIC는 파산 관재인을 맡아 매각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FDIC는 12일 SVB 매각을 위한 1차 입찰을 진행했으나 기준에 맞는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유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한 인수자로 꼽혔던 PNC파이낸셜은 SVB 전체가 아닌 일부 사업부 인수를 FDIC에 타진했으나 FDIC가 거절하자 입찰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FDIC가 분리 매각을 허용하기로 한 것도 이런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분리 매각이 현실화된다면 가장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이는 분야는 740억달러(약 97조원)에 이르는 SVB의 대출자산이다. 1982년 설립된 SVB는 설립 직후부터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하며 성장했다.
FT는 소식통을 인용해 블랙스톤과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KKR, 아레스매니지먼트 등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가 SVB 대출자산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마크 로완 아폴로 최고경영자(CEO)는 “우리에게 기회란 은행 시스템에서 투자 시장에 이르기까지 투자자가 투자 적격 수준의 안전한 수익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통로 역할이 되는 것”이라고 입찰 참여 의지를 드러냈다.
FDIC가 조만간 SVB 통매각에 대한 재입찰 절차를 밟으리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FDIC 입찰 과정에서 손실부담계약(피인수 은행의 대출에서 나오는 손실을 분담하겠다는 약정) 등 ‘당근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전날 보도했다. 다만 재입찰이 언제 진행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