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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이데일리가 국내 5개 완성차업체의 지난 20년간 실적을 모두 종합한 결과 5개 업체가 같은 해에 전부 흑자를 낸 것은 지난 2010년이 마지막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대우자동차가 제너럴모터스(GM)에 인수돼 GM한국사업장으로 바뀌고 2002년 삼성자동차가 르노코리아자동차로 새출발한 이후 전체 흑자는 이제껏 단 한 차례 뿐이었던 것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1997년 발생한 IMF 외환위기 여파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했다. GM한국사업장은 2004년까지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를 쌓았으며 KG모빌리티는 채권단의 관리를 받는 등 불안한 경영을 이어갔다. 탄탄한 실적을 내던 르노코리아 역시 2004년에는 한 차례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위기에서 빠져나오며 경제가 다시 회복기에 접어들던 2000년대 중후반에는 기아가 삐끗했다. 기아는 IMF 위기로 1998년 현대차에 인수된 지 8년 만인 2006년 재차 적자에 빠졌다. 당시 기아는 해외공장이라고는 중국 공장 한 곳 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아 달러 대비 원화 상승에 취약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었다. 국내 생산 비중이 90%가 넘는 상황에서 원화가치가 상승하자 치명상을 입었던 것이다. 여기에 강성노조, 현대차와의 차별화 실패 등이 문제점으로 꼽히며 2007년까지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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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크고 작은 진통이 끊이지 않았던 국내 자동차 업계가 올해부터는 안정세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GM한국사업장과 르노코리아는 내수보다는 수출 중심의 전략을 펼쳐 적자 구조를 뜯어고치는 데 성공했다. 특히 GM한국사업장의 경우 무려 8년의 적자를 끊어내고 지난해 9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올해 역시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의 판매 호조로 흑자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KG모빌리티는 KG그룹에 인수된 후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하며 올해 연간 흑자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토레스의 인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 하반기 토레스의 전기차 모델을 내놔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수출활로가 뚫린 게 주효했다. 지난달 자동차 수출물량은 전년 동월 대비 48% 증가한 26만2341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6년 12월(29만8000대) 이후 6년 3개월 만에 최다 수출 기록이다.
업체별로 보더라도 5개 업체 모두 전년 대비 수출을 확대했다. 올 1분기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와 SUV를 중심으로 전년 동기 대비 수출량을 각각 19.5%, 39.5%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GM한국사업장은 49.8%, 르노코리아는 14.5%, KG모빌리티는 39.8% 실적을 개선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자동차 산업의 시작이 좋다면서도 향후 경기침체 등의 변수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1분기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수출을 앞세워 아주 좋은 시작을 했다”며 “다만 글로벌 경기 전망이 불확실한 만큼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