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녹색채권 발행 미룬 현대카드…등급 상향 귀띔 받았나

현대카드 2000억원 규모 녹색채권 발행 예정
수요예측일 기존 10일에서 23일~27일로 잠정 연기
‘AA+’ 등급 상향 미리 알았나…“예외적인 케이스”
  • 등록 2024-09-13 오후 6:07:19

    수정 2024-09-13 오후 6:07:19

[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현대카드가 2000억원 규모 녹색채권 발행 일정을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채권시장에서는 등급 상향을 염두에 두고 조달금리를 낮추기 위해 발행 일정을 연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카드는 추석 연휴와 시장 변동성을 고려한 일정 연기였다는 입장이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중 녹색채권 수요예측일을 잠정 연기했다.

당초 녹색채권 발행을 위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일은 지난 10일, 발행일은 12일로 예정돼 있었다. 현대카드는 수요예측일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수요예측일을 10일에서 오는 23일~27일로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트랜치(만기)별로는 2년물 1000억원, 3년물 500억원, 5년물 500억원 등 총 2000억원 규모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 한도도 열어뒀다. 인수단은 키움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교보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수요예측일 연기에 대해 “다음 주부터 추석 연휴가 길게 끼어 있는 데다 오는 19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따른 변동성을 해소한 이후에 진행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채권시장에서는 현대카드가 신용등급 상향을 염두에 두고 수요예측일을 연기한 것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오르게 되면 조달금리가 낮아지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발행일을 미뤘다는 설명이다.

지난 11일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카드의 신용등급을 기존 ‘AA(긍정적)’에서 ‘AA+(안정적)’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4월 NICE(나이스)신용평가에 이어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내 최상위등급인 AA+급으로 복귀한 셈이다. 모기업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돼 계열 지원 가능성이 반영되면서다.

본드웹에 따르면 이날 기준 현대카드854-4 채권의 평균 유통수익률은 3.778%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달 초 4.157% 수준과 비교했을 때 37.9bp(베이시스포인트·1bp=0.01%포인트) 하락했다. 현대카드 매수 수요가 늘면서 채권 가격이 올라 금리가 하향 조정됐음을 알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의 채권운용역은 “공교롭게 등급 상향 하루 전날 이뤄져야 했던 수요예측일이 연기됐다”며 “상향 소식을 미리 알고 있지 않았느냐는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채권운용역은 “기업어음(CP)이나 전자단기사채(전단채) 등의 발행 일정은 유동적인 편이지만, 채권 발행을 미루는 건 예외적인 케이스”라며 “이미 연기금, 보험사, 운용사 등에서 수요도 어느 정도 매칭해 두고, 해당 채권 물량을 받을 계획으로 포트폴리오 조정도 이뤄진 상태일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는 여전채 주관사이면서 동시에 인수 기업이기도 하다. 여전채 주관의 대가로 인수 수수료를 받는다. 현대카드 녹색채권 인수단에 포함된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발행사가 일방적으로 일정을 미룬다고 하면 증권사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발행사가 ‘갑’이기 때문에 향후 주관사나 인수단에서 제외하는 등 보복성 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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