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는 돈이 더 많은데”…예상보다 이른 대부업 ‘손절’

OK금융, 러시앤캐시 사업 철수 6개월 앞당겨 진행
최고금리 20% 묶였는데 조달비 껑충…역마진 발생
대부업서 밀려난 저신용자 사채로…"정책 접근 필요"
  • 등록 2023-06-07 오후 5:10:16

    수정 2023-06-07 오후 7:53:42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대부업계 1위 업체인 러시앤캐시가 당초 계획보다 빠른 연말 사업철수를 결정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을 사들이면서 대부업을 접기로 한 OK금융그룹의 인수 조건에 따른 것이지만 선두업체조차 큰 미련을 두지 않고 정리할 만큼 업황이 암울하다는 방증이기도 해서다. 실제 대부업계들은 높은 조달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개점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저신용자의 자금 조달을 위한 숨통을 틔워 줄 창구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종합금융그룹 도전하는 OK, 러시앤캐시 철수

OK저축은행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 영업 양수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금융위에서 인가 신청서가 통과되면 OK저축은행은 러시앤캐시를 흡수·합병하게 된다. OK금융그룹은 2014년 OK저축은행 전신인 예주저축은행과 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할 때 대부업을 철수하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당초 철수 시점은 내년 6월로 예정됐으나 이번 흡수·합병을 통해 계획보다 6개월 앞당겼다.

OK금융 관계자는 “러시앤캐시 자산 양도와 관련해 금융당국과 협의를 바탕으로 최근 영업양수도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며 “금융당국 협의를 바탕으로 대부업을 조기 철수하고 증권사 등 다른 금융사 인수를 적극 검토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OK금융이 러시앤캐시 사업을 접는 것은 먼저 저축은행을 조건부로 인수했기 때문이고 다른 금융사를 인수할 때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다만 예상보다 빠른 철수 시점을 두고 업계에서는 ‘대부업을 더 유지해봤자 실익이 없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대부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사실상 지금 대부업계는 ‘개점휴업’ 상태다. 러시앤캐시와 2위인 리드코프(012700)는 신규 대출을 취급하고는 있지만 매출 채권의 회전을 위한 목적의 소규모 대출이 이뤄질 뿐이다. 한때 업계 1위를 차지했던 산와대부(산와머니)와 조이크레디트대부 등은 현재 기존 대출 회수만 하고 있고 신규 대출은 취급하지 않는 상태다.

대부업체들이 신규 대출을 꺼리는 이유는 ‘마진’이 남지 않아서다. 대부업체들은 우수업체로 지정된 20여곳은 직접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일반업체들은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에서 돈을 끌어온다.

대부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초까지만 해도 은행권 기준 5%대 후반 또는 6% 정도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최근 낮게는 8%대 후반에서 9%까지 올라간 상황이다.

조달금리가 높아지면 일반 은행처럼 대출금리를 높이면 되지만 대부업의 최고 금리는 20%로 막혀있다. 금융당국이 2021년 7월 법정최고금리를 기존 24%에서 20.0%로 낮췄기 때문이다.

한 대부업체 직원은 “대부업계는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통상 10% 정도의 대손비용을 적립하고 대부업 중개수수료로 약 3%를 지불한다”며 “조달금리 8%만 적용해도 이미 20%가 넘는 상황이어서 인건비 등 관리비까지 적용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장사”라고 토로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정책금융 늘리고 대부업체 역량 키워줘야”


대출사업을 아예 접을 순 없다 보니 리스크가 낮은 차주 위주로 대출을 하게 되고 결국 저신용자들은 대부업에서도 밀려나게 된다는 지적이다.

대부업이 고금리로 높은 이익을 취해 취약차주를 어렵게 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여기서도 밀려난 저신용자들은 금리가 더 높은 사금융으로 떠밀릴 처지에 놓인다.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대부 이용자수는 106만4000명으로 전년말(112만명)대비 5만6000명 감소했다. 대출잔액도 담보대출이 12.3%(9357억원) 늘어난 반면 신용대출은 4.2%(2978억원) 증가에 그쳤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금융 이용자는 최대 7만1000명으로 전년(최대 5만6000명)대비 크게 늘었다. 이들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 금액은 약 6800억~1조2300억원으로 추정했다.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부업 시장 자체 규모가 있는데 담보를 가진 차주들의 대출이 증가할수록 신용대출은 줄게 되고 저신용자는 불법 사채시장 등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부업의 최고 금리를 최소한 시장금리와 연동해서 이윤이 남을 수 있는 구조로 개편해야 한다는 게 업계 건의 사항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대부업체가 어려워지면 2금융권 중심으로 대출 채권이 부실화될 수 있고 가장자리에 놓인 열악한 조건의 저신용자들이 밀려날 수도 있다”면서도 “시장 상황에 맞춰 금리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있겠지만 금리 인상은 국민 정서상 반대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정책금융을 확충해 취약계층에 좀 더 많은 기회를 주는 동시에 공적네트워크와 데이터를 활용한 대부업체 신용평가 모델 고도화, 자금 조달망 확충을 통해 공급 측면 여력을 키우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완벽 몸매' 화사의 유혹
  • 바이든, 아기를 '왕~'
  • 벤틀리의 귀환
  • 방부제 미모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