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제주)=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11월에 태풍 4개가 활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예측이 정말 어려워지고 있어요.”
| 김대준 국가태풍센터 예보관이 2일 제주 서귀포시 국가태풍센터에서 태풍 영상을 보고 있다.(사진=기상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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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방문한 제주시 국가태풍센터는 여전히 분주했다. 평소라면 ‘태풍 비수기’라 다소 긴장을 풀 수 있는 기간이지만, 올해엔 뜨거워진 바다의 영향으로 태풍의 활동이 더 늦게까지 이어진 탓이다. 김대준 태풍 예보관은 2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1951년 이후 11월에 가장 많은 태풍이 동시에 활동했는데, (그만큼 관련 데이터가 부족하다 보니) 태풍정보를 생산하기가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연평균 25개씩, 10년째 태풍을 감시해 온 베테랑이지만 최근 급격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는 예보에 어려움을 주는 요소로 ‘해수면 온도’를 꼽았다. 김 예보관은 “해수면 온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태풍의 에너지원이 계속 많아진다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태풍의 활동도 더 늦게까지 이어질 수 있다. 최근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태풍의 발생 위치도 북쪽으로 올라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예년보다) 더 늦은 시기에, 강도를 유지한 태풍이 국내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예보관의 설명처럼 올해 여름철 우리나라 해역의 평균 해수면 온도는 23.9도로, 최근 10년 중 가장 높았다. 이는 지난주 폭설에 큰 영향을 주기도 했다. 북쪽에서 내려오던 찬 공기에 달궈진 서해 바다가 수증기를 공급하면서 단기간에 많은 양의 눈이 집중된 것이다.
‘우리 모두는 잠재적 재난 생존자’라고 언급한 김 예보관은 “예보가 정확해도 예기치 못한 곳에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태풍은 최악을 예상하고 대비해도 늘 부족하다”며 기상청의 정보를 신뢰하고 안전한 대비를 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기상청은 태풍 대응 역량을 늘리기 위해 태풍이 한반도를 통과할 때 상세 예보시간을 6시간에서 3시간 간격으로 좁혔다. 또 지형을 고려한 강풍반경 정보를 제공하고, 국제협력을 높이기 위해 태풍 발달 감시정보(TD)와 태풍정보를 전 세계 예보기관에 공유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중국·일본·몽골 등 동아시아 주변국과 기후변화로 인해 급변하는 동아시아 지역 기후에 대해 토론하고, 여름철 기후 분석과 겨울철 기후 전망을 논의했다. 김 예보관은 이 흐름 속에서 앞으로도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 동참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태풍은 지구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 생기고 강해진 태풍은 어떤 피해를 줄지 모른다”며 “앞으로 연구해야 할 지점이 정말 많은데 기회가 된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제주시 국가태풍센터에서 예보관들이 레이더 영상을 분석하고 있다.(사진=기상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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