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김밥' 마케팅 금지에도 여전히…상인들 "대체 용어 마땅찮아" 울상

7월부터 식품 간판·간판 등에 '마약' 사용 금지
일부 사업장 "비유적 표현마저 규제는 과도"
수년간 사용한 브랜드명 바꿔야 하는 등 부담도
전문가 "범죄 연상시키는 마약 마케팅, 역효과"
  • 등록 2024-07-01 오후 4:34:04

    수정 2024-07-01 오후 7:18:59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김한영 수습기자] 7월부터 김밥·음료 등의 식품에 ‘마약’이라는 문구 사용이 금지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마약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 마약을 대체할 용어가 마땅치 않은 데다 오랫동안 사용하던 상호명을 교체해야 하는 등의 부담이 상당한 탓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업주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1일 서울의 한 음식점 상호명에 ‘마약’이란 단어가 쓰여 있다. (사진=이유림 기자)
1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부터 간판·메뉴 등에 마약·대마·헤로인·코카인 등 마약 관련 용어를 사용할 경우 이에 대한 제재를 시작한다. 해당 표시를 변경하지 않은 영업장은 식품표시광고법상 부당광고로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마약떡볶이’, ‘마약옥수수’ ‘마약김밥’ 등의 명칭은 “중독될 만큼 맛있다”는 의미로 흔히 사용됐으나 최근 마약 범죄 확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이에 다수 사업장은 정부 시책에 따라 상호명 등 변경 작업에 나섰다. 상호명에 ‘마약’ 용어를 써온 한 국밥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마약 대신 비슷한 뉘앙스의 대체 용어를 찾아 사용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새로 가입하게 되는 가맹점은 새 이름을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약김밥’(꼬마김밥)으로 유명한 광장시장도 사회적 인식 변화에 발맞춰 마약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마약 상호명을 오랜 기간 사용해 온 일부 사업장과 자영업자 사이에선 “비유적으로 드는 이름마저 규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브랜드명을 바꾸면 신생 업체와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홍보를 시작해야 하고, 간판 및 메뉴판 교체, 배달 대행업체 등록 상호 변경 등 일련의 작업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상호명에 ‘마약’·‘대마’가 들어간 일반 음식점은 여전히 전국에 200여개가 넘는다.

1일 서울 광장시장의 한 김밥집. 기존에 사용하던 ‘마약김밥’ 간판 위에 ‘꼬마김밥’ 글귀가 덧칠되어 있다.(사진=이유림 기자)
익명을 요구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실제로 마약을 파는 게 아니고 이 상호명을 처음 쓸 때는 불법적인 상황도 아니었는데 갑자기 바꾸라니 당황스럽다”며 “우리는 배달 플랫폼을 통해 주로 판매하는데 브랜드명을 바꿨다가 그동안 쌓아왔던 리뷰·별점 등이 사라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호명을 바꿔야 한다는 건 알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나중에 바꾸게 되더라도 지금은 일단 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체가 이미 사용 중인 마약 표시나 광고를 변경할 때 지자체가 비용을 지원할 수 있지만, “지자체마다 지원 예산이 다르다”는 불만도 나온다.

전문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약 마케팅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청소년들이 즐겨 먹는 식품에 마약 용어가 남용됨으로써 마약을 친숙하게 여기고 경계심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마약 용어의 사용 의도는 이해하지만, 마약은 범죄와 연관되어 오히려 제품에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마약보다 긍정적인 단어를 생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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