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삼성이 확장현실(XR)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삼성전자(005930)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올레도스(OLEDoS·OLED on Silicon) 개발을 위한 협력에 나선 것이다. 올레도스는 제조공정 특성상 반도체 공정 기술이 필요한데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정을 활용하기로 했다. XR 기기에 탑재되는 올레도스가 유망한 시장으로 꼽히는 만큼 우리 기업들의 미래 경쟁력이 한층 더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왼쪽)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 (사진=각 사) |
|
1일 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는 삼성전자가 소유 중인 올레도스 개발·제조를 위한 반도체 공정 기술의 통상실시권을 허락한다는 내용의 내부거래를 체결했다고 지난달 31일 공시했다. 올레도스 기술 개발을 위해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정 기술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거래금액은 391억원이다.
올레도스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의 일종이다.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란 1인치 내외의 작은 크기에 수천 PPI(Pixels Per Inch) 수준의 높은 픽셀 집적도를 갖춘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일컫는다. 디스플레이 크기는 작지만 수십~수백배 확대된 화면을 보여주기에 적합해 XR 기기에 쓰인다.
액정표시장치(LCD)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은 유리 기판을 바탕으로 만들어지지만 올레도스에는 반도체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가 쓰인다. 웨이퍼 위에 자체발광하는 OLED 소자를 입히는 방식이다. 최종 제품은 디스플레이 패널이지만 반도체 공정 기술도 활용되는 분야다.
|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와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픽셀 크기 비교. (사진=삼성디스플레이) |
|
삼성디스플레이는 전부터 올레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해 말에는 조직 개편을 단행해 올레도스 등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연구 조직을 마련했다. 미국의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기업 이매진도 올해 인수를 마무리했다. 더 나아가 ‘맏형’ 삼성전자와도 반도체 공정 협업에 나서며 XR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셈이다.
그간 디스플레이업계 안팎에선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디스플레이 강국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반도체기업과 디스플레이기업이 협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XR 시장 규모가 지난해 9억4200만달러에서 2027년 73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XR 디스플레이 시장 역시 유망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LG디스플레이(034220)는
SK하이닉스(000660)와 올레도스 개발·양산을 위한 협업에 나섰고 삼성디스플레이도 삼성전자와의 협력이 예상돼 왔다.
국내 두 기업이 올레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미래 XR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점할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수 것으로 기대된다. 애플의 XR 기기 ‘비전프로’ 시제품에 올레도스를 공급한 일본 소니가 강자로 꼽히지만 기술 차이가 압도적이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소니와의 기술 차이가 크지 않아 금방 추격이 가능하다”며 “XR 시장이 본격 개화하기에 앞서 디스플레이 등 부품 기업들의 선제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